미국 서부개척시대인 19세기 중엽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동쪽에서 사금이 발견된다. 소문은 급속히 퍼져나가 금을 찾아 행운을 누리려고 방방곡곡에서 몰려들었다. 5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금이 채굴됐다고 한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은 1849년 절정에 이르렀다. 49너스(49ers)라는 이름이 생겼다. 그곳에서 가까운 샌프란시스코 미식축구팀 명칭도 그 이름에서 연유했다.
오프라인 시대에 골드러시를 촉발한 신대륙이 `미국`이었다면 뉴밀레니엄 창조경제시대 신대륙은 `스마트국가`고 대상은 `빅데이터`다. 다보스포럼이나 가트너그룹도 빅데이터를 향후 전도유망한 분야로 꼽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 정부도 공공정보를 개방 공유하고 부처 간 소통 협력이라는 정부3.0 비전 달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활용센터를 개소하는 등 글로벌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빅데이터를 분석 활용한 성공사례도 많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 대형할인점인 타깃은 여고생에게 육아용품 쿠폰을 발송해 부모의 항의를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타깃이 옳았고 그 부모는 사과해야 했다. 타깃은 어떻게 그 여고생이 임신한 줄 알았을까. 수많은 고객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그 여고생이 그간 임산부의 쇼핑 패턴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지난 미국 대선 때 오바마 진영은 유권자 빅데이터 분석으로 투표를 유리하게 유도해 경쟁자였던 롬니를 이겼다. 서울시도 심야승객의 통화량을 분석해 기존 남부순환로를 다니는 심야버스 노선을 승객이 훨씬 더 많은 남부터미널 쪽으로 변경했다.
빅데이터는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상식 퀴즈에 나올 정도로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단어다. 빅데이터가 세계적인 화두인 이유는 저비용 고효율 빅데이터 분석 및 활용으로 글로벌 환경의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기업은 경쟁력을 높이고 개인은 삶의 질 향상하며 국가는 대민서비스를 제고할 수 있다.
공공 부문은 정책 내용이 아무리 상식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없더라도 집행을 하려면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필요하다. 서울시 심야버스 노선 변경 사례에서 남부순환로가 한산해 승객이 별로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시 보조금 등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만큼 버스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려면 빅데이터를 분석한 증거가 필요했다.
지난해 미국 언론을 도배질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짐머만 사건을 조사하는 데 빅데이터를 사용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과잉반응인지 정당방위인지 등 관련된 과거 빅데이터를 활용해 경찰인 짐머만과 피해자인 마틴의 행동패턴을 분석했더라면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쉽게 그리고 빨리 승복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빅데이터는 특히 공공 부문에서 첨예하게 얽힌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빅데이터는 관련 서비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에 대한 파급효과도 지대하다. 일자리 창출로 청년실업 해소, 장기불황 탈출 등 우리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빅데이터 분야는 경영학·통계학·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협업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창조경제시대에 절실히 요구되는 융합형 인재 양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최근 금융사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정보 개방 및 공유 이슈가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비행기가 납치되거나 사고 났다고 운행을 중지하거나 감축하는가.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무장경비원 탑승 등 보완을 해가면서 운행은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 사회나 개인적 편익이 납치나 사고로 인한 비용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빅데이터가 창조경제시대 견인차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정보침해 보완책 강구도 병행해 정보 침해와 관계없이 더욱 활성화하는 등 이제는 우리 사회도 성숙해져야 할 것이다. 내가 뉴밀레니엄 들어서부터 꾸준히 주장해 온 정보보호 침해 관련 보험 상품 개발도 서둘러야 함은 물론이다.
오재인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jioh@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