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콘텐츠산업 뿌리` 이야기를 튼실하게 만드려면

이야기, 돈 될까

#1. 스타크래프트는 지난 1994년 E3에 선보인지 20년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게이머들에게 인기다. 스타크래프트는 `테란` `저그` `프로토스` 3종족 간 대립 구도를 통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인간에게 버림받고 저그의 여왕으로 성장하는 `캐리건`, 국가가 버린 연인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짐 레이너`, 종족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택하는 프로토스 영웅 `타사다` 등 세 인물을 정점으로 권력을 위한 투쟁을 게임화시켰다. 스타크래프트는 영화로도 출시가 예정됐다.

[이슈분석]`콘텐츠산업 뿌리` 이야기를 튼실하게 만드려면

#2. 글로벌 콘텐츠기업 월트디즈니는 지난 1분기(2013년 10~12월) 매출액 123억달러, 순이익 18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9% 늘었고, 순이익은 33%나 뛰었다. 한물간 애니메이션 회사로 취급받던 디즈니가 이처럼 새롭게 약진할 수 있었던 데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힘이 컸다.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 한국에서도 1000만 관객을 내다보고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를 각색한 겨울왕국은 향후 영화와 음악뿐 아니라 캐릭터, 광고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이 예상된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와 월트디즈니는 각각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기업이다. 이들 두 기업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별도 서사팀을 둬 이야기를 수집하고 이를 각색해 산업으로 성공시킨 기업이란 점이다. 블리자드는 게임에 삼각구조의 이야기를 입혀 20년 넘는 장수 게임을 만들었고, 디즈니는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동화, 설화, 신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왔다. 글로벌 성공의 씨앗이 바로 `이야기`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이야기에 창조경제의 옷을 입히는 작업이 한창이다. 창조경제의 원천이 문화에서 비롯된 점도 이야기의 산업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야기는 콘텐츠산업의 뿌리란 점에서 뿌리가 튼튼해야 잎과 줄기, 열매가 튼실하게 영글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산업화하면 단순히 드러나는 경제효과를 훨씬 뛰어넘는 파급력이 만들어질 것이란 게 정부와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문화체육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콘텐츠기업이 이야기를 제작하는 데 들이는 비용은 1239억원 정도다. 반면 콘텐츠산업 매출액에서 이야기 기여도를 따지면 무려 30조5577억원에 이른다. 300배에 가까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셈이다.

경험과 감성이 중요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을 고려하면 이야기는 디자인과 같이 하드웨어 제조업은 물론이고 IT산업과 결합해 더 많은 지식서비스 창출이 가능해진다.

◇이야기 산업화로 고품질 일자리 창출 가능

문화체육관광부는 13일 진행될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 이야기의 산업화 정책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이야기를 만드는 창작자, 만들어진 상품, 이야기의 가격 형성, 거래를 통해 산업 생태계 속에 공존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출판, 만화, 음악, 게임, 영화, 방송, 공연, 캐릭터 등 각각의 장르 특성에 맞춘 이야기를 산업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이야기 산업의 법제와 지원 정책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가 이야기를 산업의 틀로 끌어내려는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과 이야기 산업화를 통해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화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야기 창작 관련 전공자로 분류할 수 있는 어문, 영상, 연극 관련 학과 졸업생은 한해 5만6000명에 이른다. 이렇게 배출된 이야기 창작자 중 64.1%가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콘텐츠 관련 기업과 관련 소속기업 창작자는 24.2%에 불과하다. 이야기 창작자들이 특정단체 혹은 기업에 소속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일자리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야기 창작자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분야는 출판산업이다. 성별로는 남성 68.9%가 출판산업에, 여성 38.9%가 방송산업에 종사중이다. 또 창작 외에 소득이 없는 전업 이야기 창작자 비율이 35.2%에 달하지만 연평균 수입액은 1618만원에 그치고 있다. 이들 가운데 68.2%는 생계유지의 어려움을 창작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했다.

저작권 등 법률문제도 난관 중의 하나로 지목됐다. 특성상 법률문제가 발생할 때 전문적인 법적 분쟁 조정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현실에서 법률적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 셈이다.

◇거래·유통 질서 마련되면 이야기 부가가치 높아져

블리자드나 디즈니 사례처럼 시대 흐름과 글로벌 문화를 꿰뚫는 완성도 높은 이야기는 거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디즈니가 안데르센의 고전동화 겨울왕국을 다르게 해석하고 그 위에 3D란 기술을 얹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문화부와 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영화, 출판, 만화, 애니메이션, 방송 등 10개 분야 국내 콘텐츠 기업의 78.8%가 완성도 높은 이야기가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야기에 대한 인식은 높은 셈이다.

높은 가치 인식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이야기 각색자나 기업의 부족으로 완성도 낮은 이야기로 인해 실패를 맛보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 창작자 본인이 직접 기획을 하기보다 창작자와 다른 사람의 기획을 의뢰받아 진행하는 사례가 75%에 달해 협업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야기를 산업화해야 할 원인으로 분류된다.

이야기의 거래 활성화도 정부가 눈여겨보는 대목이다.

이야기 거래가 가장 활성화된 곳은 콘텐츠 기업이다.

콘텐츠 기업은 기획시 판권을 구매하기보다는 내부 인력 활용이 많지만 직원 수 100명 이상 대기업은 원작 구매 비율이 현저히 높다.

평균 25.7개의 판매 작품 가운데 20.1개의 작품이 외부 작가 이야기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현재 콘텐츠 산업 내에서 이야기 상품 상당수가 거래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콘텐츠기업으로서도 이야기가 유통된다면 총 소유비용을 낮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례로 콘텐츠기업 60%는 연간 1~5편 정도 콘텐츠를 기획하지만 30% 기업은 실제 유통하는 콘텐츠는 2~3편에 그친다고 답한다. 콘텐츠 기업이 기획하거나 판매하지 못한 이야기 다수가 사내에 축적된채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모바일로 이야기 플랫폼이 확장된 것도 산업화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보근 문화부 대중문화산업과장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을 활용해 이야기를 거래할 수 있는 틀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며 “초기 이야기부터 완성된 이야기까지 다양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면 이야기의 산업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