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가 기술 발전을 따라잡기 쉽지 않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법·제도는 이해관계 조정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해 신설과 수정, 폐기에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기술 변화와 법·제도 간 격차는 어쩔 수 없이 생긴다. 문제는 이 격차가 너무 클 때다. 그렇다고 기술 발전을 막을 수 없으니 법·제도 개선 속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어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창조적 생태계 조성을 위해 14개 제도 개선 과제를 정부에 건의했다. 지식재산서비스업 산업분류코드 신설과 크라우드펀딩 법적 근거 등 새로 마련할 제도와 소프트웨어사업 대기업 참여 제한과 지능형전략 사업 등록기준 완화 등 진입 규제 완화가 각각 5개다. 스마트 헬스케어 관련 의료기기 제조업 규제, 빅데이터 관련 윈치정보 수집 규제 등 융합을 저해하는 제도 개선 과제도 4개를 내놨다.
개선 과제를 들여다보니 관련 법 조항을 조금만 바꿔도 당장 가능한 개선이 대부분이다. 이 규제가 과연 필요했나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많다. 주목할 것은 ICT와 상관없는 법·제도로 인한 규제가 많다는 점이다. 정부부처와 국회가 ICT 이해가 부족했거나 전혀 알지 못해 만들지 않아도 될 규제를 만든 셈이다. 정작 피해를 고스란히 ICT 업계가 본다.
ICT는 특정 기술이 아니라 모든 산업과 사회에 필요한 기반 기술이 됐다. 의류, 선박, 에너지, 의료 등의 분야 정책 당국도 ICT를 기본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침체한 기존 산업에 ICT를 융합해 새 활로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전경련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건의를 계기로 ICT 도입과 융합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법·제도를 다시 한 번 들춰볼 일이다.
산업계는 창조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박근혜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손톱밑 가시 제거와 네거티브 규제 전환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크다. 이 기대가 식기 전에 에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와야 한다. 이 점에서 16개 개선 과제 처리 향방은 좋은 바로미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