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원대 대출사기에 연루된 KT ENS의 협력업체 NS쏘울이 금융감독원 검사 과정에서 우리은행 인터넷뱅킹 이체증명서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번 사기 대출 관련 검사를 하면서 대출된 자금이 삼성전자 핸드폰 외상 구매자금으로 집행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BS저축은행을 통해 증명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NS쏘울이 우리은행 인터넷뱅킹 이체증명서를 조작해 이를 BS저축은행 측에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금감원은 대출자금에 대한 계좌 추적을 통해 대출금이 대출 돌려막기에 쓰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상태였고, NS쏘울이 증명 서류를 제출하자 이를 이상하게 여겼다. 결국 증빙 제출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체증명서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은행의 인터넷뱅킹은 이체확인서를 발급할 때 `편집 후 인쇄` 기능을 갖춰 편집과 수정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계좌이체를 실행한 A가 B에게 1000원을 송금한 경우라도 이 편집 기능을 이용하면 A가 C에게 1000만원을 송금했다고 송금 받는 쪽의 이름과 송금 액수를 수시로 조작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증명서를 제출하라고 하자 급하게 거래 내역을 수정해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 금액은 쉽게 발각될 여지가 있어서 내역만 위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금감원은 우리은행 측에 시정 명령을 내려 이체증명서를 수정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조작된 이체확인증이 대출 사기에 직접적으로 이용되지는 않은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이체확인증은 공식 서류로 법률적 효력은 없고, 은행 홈페이지 등에서 어렵지 않게 출력할 수 있다. 그러나 상세한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개인 간에서는 실제 거래가 있는 서류로도 이용되고 있다. 대출 사기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NS쏘울이 조작한 인터넷뱅킹 서류는 금감원 제출용으로만 쓰였고 다른 금융사에 매출채권을 증명하는 자료로는 쓰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영세업자나 개인 간 거래에서 이렇게 위조된 이체확인증을 이용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에서도 이체확인증은 포토숍 기능 등으로 실제 증빙 서류인 것처럼 위·변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체확인증을 전자방식으로만 발급하도록 하거나 파일을 변형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은 마련돼 있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체확인증은 법적 효력이 없지만 개인은 공식 서류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어 이체확인증 위조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중요 거래 시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3000억원대의 사기대출과 연루된 협력업체가 애초 알려진 6개사가 아닌 7개사로 확인됐다. 사기대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대출 관련 협력사 7개사 중 5개사 대표가 잠적해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피해금액도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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