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극지 과학자가 들려주는 기후변화 이야기

지난 1월 초 미국과 캐나다 전체가 영하권에 들었고 일부 지역은 체감 온도가 영하 70도까지 내려가는 살인적 한파가 몰아쳤다. 매년 겨울이면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우리나라를 강타해 무척 추워진다는 일기예보를 듣곤 한다. 몇 년 전부터 북극진동이 약해져 우리나라에 맹추위가 닥칠 것이라는 예보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북미에 엄청난 한파가 몰아닥친 반면 한국은 예년보다 춥지 않은 겨울을 보냈다.

[북스 클로즈업]극지 과학자가 들려주는 기후변화 이야기

일상에서 쉽게 듣는 이런 말은 모두 남극, 북극의 소용돌이와 관련 있다. 극지 바람이 지구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모든 곳에는 언제나 바람이 분다. 북극 상공에는 강한 저기압이 자리한다. 바람은 저기압 둘레를 왼쪽으로 돈다. 이 거대한 바람이 바로 북극소용돌이다.

북극 소용돌이를 둘러싸고 각 반구의 위도 약 60도 상공에 제트기류가 돈다. 북극 소용돌이가 강해지면 제트기류 위력도 같이 커진다. 제트기류는 북극 찬 공기가 위도 60도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게 막는다. 하지만 북국 소용돌이가 강해지면 제트기류는 구불구불 돌면서 그 파동이 저위도 지역으로 내려온다. 이 때 북극의 찬 공기가 함께 밀려 내려온다. 북극 진동이 약해지면 바로 이 현상에 의해 한파가 온다.

최근 한파는 지구가 빠르게 온난화하면서 북극소용돌이 힘이 약해진 탓이다. 이 여파로 북극에서 수천㎞ 떨어진 우리나라에 북극 찬 공기가 내려온다. 과학자는 올 초 북미에 몰아친 한파 원인 역시 북극소용돌이 약화에서 찾았다. 이제 이상 한파는 지구 전역에 강하게 나타나 낯설지 않다.

그럼 남극은 어떨까. 남극은 북극보다 지표면 온도가 훨씬 낮다. 남극이 바다가 아니라 대륙이기 때문이다. 남극에도 북극소용돌이와 같은 바람이 존재한다. 남극 대륙 공기 덩어리는 북극보다 훨씬 차가워 더욱 강력한 저기압으로 발달한다.

기후 변화는 이제 더 이상 지구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의 어려운 전문용어가 아니다. 과거보다 한층 파괴력이 커진 태풍, 해수면 상승으로 불과 몇 십 년 후 사라질지 모르는 적도의 섬나라, 고산 지대와 극지역의 녹아내리는 빙하 등 셀 수 없이 많은 기후 변화가 일어난다.

이 변화를 수천만 년 동안 쉼 없이 조절해온 곳은 바로 남극과 북극이다. 극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기후 변화와 반응은 해빙을 사이에 두고 끊임없이 힘겨루기를 하는 바다(해양)와 하늘(대기)의 상호작용에서 나온다. 두 영역을 떼어놓고 기후변화를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유다.

이 책은 북극소용돌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람의 생성부터 차근차근 살폈다. 바람은 왜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곧장 불지 않고 저기압을 끼고 왼쪽으로 부는지, 제트기류 파동은 왜 생기고 어떻게 소멸하는지 설명한다. 일주일 사이에 성층권에서 기온이 50도나 변하는 현상은 우리 기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려준다.

하호경·김백민 지음. 지식노마드 펴냄. 1만2000원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