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Paper)를 처음 접하면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직관성에 인상을 받는다. 플립보드보다 더 직관적이고, 손가락으로 밀고 당기는 UI(제스처-스와이프) 상호작용이 매우 단순하다. 모든 화면에서 선택은 위로, 취소는 아래로 밀면 되고, 하나의 피드를 위나 아래로 터치하면 해당 전문을 확인하거나 닫는 것이 가능하다.
전체화면을 넉넉히 활용해, 아이폰 스크린이 작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한 것도 특징이다. 한 카드에는 하나의 스토리만 담았고, 전체화면을 부드럽게 넘기며 콘텐츠를 보니 고급 잡지를 보는 기분이다. 그동안 아이폰 화면에서는 가로로 큰 사진을 확인하기 어려웠는데, 파노라마 효과로 사진 전체를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페이퍼는 큐레이팅 된 콘텐츠를 제공한다. 19개 카테고리 중에서 개인 뉴스피드를 제외한 9개의 관심사를 선택하면, 질 좋은 콘텐츠를 쉽게 살펴볼 수 있다. 확실히 페이스북에서 친구 소식만을 접했을 때보다 콘텐츠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용자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 이용자가 콘텐츠를 더 오래 보도록 유도하기 위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급자가 증가한다. 정보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선순환 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페이스북에는 12억명 이상의 이용자가 이미 있어, 양질의 콘텐츠를 소비할 사용자를 모으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콘텐츠가 사용자의 `좋아요`를 타고 지속해서 퍼져 나가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자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플랫폼이다.
사실 어떤 서비스든 잘될 것 같은 이유를 찾는 것이 어렵고, 잘 안 되는 점을 찾기는 쉽다. 제3자 입장에서 조심스럽게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점은 카테고리 내에서 콘텐츠 선택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초기 페이스북이 직접 랭킹과 콘텐츠를 선택하는 구도로 갈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콘텐츠가 많아지면, 사용자가 카테고리 안에서 좋아하는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했으면 좋겠다. 같은 헤드라인에서 특정 미디어는 노출을 거부하고, 친구가 택한 콘텐츠 위주로 보는 방법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검색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콘텐츠가 쌓이면, 특정 콘텐츠를 보고 싶은 고객 수요가 생긴다. 향후 단순히 흘러가는 서비스가 아니라 콘텐츠 정보화라는 역할을 하기 위해 사용자 필요에 따라 정보를 불러들일 수 있는 검색 기능이 필요하다.
페이퍼가 향후 뉴스 플랫폼으로 갈 것인지, 광고 플랫폼으로 갈 것인지에 따라 우리에게 다른 시사점을 줄 수 있다. 기존에 모바일 뉴스는 웹 뉴스를 모바일에 끼워 넣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페이퍼는 사용자 관점에서 페이지를 넘기는 느낌으로 뉴스를 제공한다. 다만 페이스북이 콘텐츠, 뉴스간의 랭킹을 쥐고 있어, 여전히 기존 플랫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문제는 있다.
하지만 페이퍼는 12억명 사용자를 기반으로, 뉴스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양질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버티컬 콘텐츠 앱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보통 콘텐츠 위주의 앱들은 나올 때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 이제까지의 현상이다. 페이퍼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관심이 모인다.
정신아 케이큐브벤처스 이사 shina@kcubeventur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