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페이스북 업은 `페이퍼`, 뉴스 소비 첫 창구 노린다

페이퍼, 새바람 일으킬까

뉴스는 사진·동영상·음악과 함께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공유되는 콘텐츠다. 사진은 인스타그램, 동영상은 유튜브, 음악은 스포티파이 등 각 분야를 장악한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뉴스를 소비하는 유력 서비스는 아직 없다. 세상의 모든 뉴스를 모아 많은 사용자가 뉴스를 접하는 첫 창구를 만들면 새로운 거대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다. 모바일이 기회다. 뉴스 소비 채널은 종이와 웹을 지나 모바일로 이동한다. 많은 기업이 도전장을 던졌지만 가장 주목받는 서비스는 페이스북이 선보인 `페이퍼(Paper)`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결합한 페이퍼가 사용자 뉴스 소비 행태를 바꾸는 `게임챌린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슈분석]페이스북 업은 `페이퍼`, 뉴스 소비 첫 창구 노린다

◇뉴스로 통하는 길 `페이퍼`

페이스북은 지난주 창립 10주년을 맞아 뉴스 큐레이션앱 페이퍼를 공개했다. 개인 관심사를 바탕으로 선호 주제를 골라 관련 기사를 모아보는 서비스다. 세련된 디자인과 사용자환경(UI)은 기존 뉴스앱 중 최고라는 평가다. 페이스북 가입자라면 페이퍼 설치만으로 로그인이 완료될 정도로 기존 서비스와 간편하게 연결된다. 단순히 통합 로그인을 넘어 페이스북이 페이퍼의 일부분을 차지한다. 페이스북에서 `뉴스피드`란 이름으로 받아보던 지인 소식을 페이퍼에서 바로 확인한다. 정치와 기술,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북` 자체가 하나의 섹션이다. 사용자는 페이스북 섹션에서 기존 뉴스피드를 간단하게 확인하고 `좋아요`와 댓글로 상호작용한다.

우측 상단에는 페이스북 친구 신청과 알림, 메시지를 항상 노출해 페이퍼 안에서 친구를 추가하고 직접 채팅한다. 페이스북의 모든 기능을 페이퍼 안에서 쓸 수 있어 굳이 기존 페이스북을 접속할 이유가 없다.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거대 인구가 페이퍼에 접속해 지인과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뉴스 콘텐츠를 소비한다. 구독 섹션 기사에 편하게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공유 버튼을 누르며 지인에게 전파한다. 허핑턴포스트는 “페이퍼는 사용자가 페이스북을 잊기를 바란다”며 “페이퍼가 페이스북 경험을 좀 더 세련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와이어드는 “페이퍼와 만난 사용자는 이제 페이스북과 작별할 시간”이라며 “이런 경험이 곧 일어난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언론사와 윈윈(Win Win) 모델 될까

페이퍼가 페이스북을 대체하면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에게도 기존에 없던 매력적인 채널이 생긴다. 수많은 언론사가 기존 페이스북에 자체 페이지를 열고 기사를 제공했지만 광고와 뒤섞여 스팸 취급을 받았다. 개인 뉴스피드를 가득 채운 언론사 기사는 뉴스가 아닌 지인 소식을 확인하고 싶은 사용자의 외면을 받았다. 페이퍼는 뉴스피드에서 언론사 기사를 분리해 그 자체로 광고가 아닌 정보로 만들었다. 페이퍼는 RSS 피드가 아니 인터넷 주소(URL)로 뉴스를 수집해 사용자가 해당 기사를 터치하면 앱 안에서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한다. 페이퍼를 통한 트래픽 유입으로 개별 언론사 광고 수익 증대가 가능하다.

허핑턴포스트는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새로운 뉴스 발견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언론사에게 적절한 채널이 아니다”라며 “뉴스를 핵심 콘텐츠로 만든 페이퍼는 뉴스를 배포할 적절한 채널”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언론사 입장에선 SNS를 통한 콘텐츠 확장과 함께 자체 트래픽 증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서비스”라며 “트래픽 기반 광고 외에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는 언론사 관심이 높다”고 분석했다.

◇개인화 숙제 풀어야

페이퍼가 진정한 게임챌린저가 되려면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소셜`과 `모바일`의 핵심인 `개인화`에 좀 더 접근해야 한다. 추천 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높였지만 개인 흥미를 체계적으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페이퍼는 비슷한 관심을 가진 지인이 추천하는 뉴스를 가장 먼저 노출한다. 지인이 추천하는 가치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SNS 장점을 그대로 가져온 수준이다. 페이퍼가 추천하는 `헤드라인`과 관심 분야 매체의 주요 기사는 아직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하게 노출된다. 페이퍼 에디터가 각 매체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사를 선별해 무엇을 먼저 사용자에게 보여줄 지 결정한다. 알고리즘이 하지 못하는 가치 판단을 인력이 대신하며 추천 품질을 높였지만 기본적으로 개인 선호 정도를 반영하지 못한다. 사용자가 좋아하는 매체와 주제에 한정해 뉴스 추천을 하는 플립보드에 비해 개인화 정도가 미흡하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퍼는 개인에게 중요한 기사가 아니라 다수의 눈길을 끄는 뉴스가 추천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화라는 키워드에서 플립보드에 뒤지고 있으며 향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