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블랙베리 텃밭인 미 정부 시장을 뚫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미군에 7000대 스마트폰을 납품하며 기업과 정부 시장에서 블랙베리를 위협한다고 보도했다.
미군을 시작으로 국가안보국(NSA)도 삼성전자에 수 천대 스마트폰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삼성 스마트폰을 `네트 워리어 시스템(Nett Warrior system)`으로 쓴다. 군인이 작전지역에 들어갈 때 삼성 갤럭시노트2 스마트폰을 가슴에 장착한다.
NSA는 `피시볼(Fishbowl)` 프로젝트용으로 삼성 스마트폰을 주문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 중인데 NSA 직원용 스마트폰을 업그레이드하는 조치다. 미군과 NSA에 들어가는 스마트폰은 자체 보안 소프트웨어를 쓴다.
양 기관에 들어간 삼성 스마트폰 물량은 적지만 의미는 크다. 삼성전자가 은행이나 헬스케어 등 규제가 강한 기업과 기관 시장에 진입하는 교두보가 된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세계 1위를 지키려면 가능한 빨리 기업과 정부 시장 공략 체계를 손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초 선보인 스마트폰 보안 솔루션 `녹스(KNOX)`가 서비스 지연과 오류로 미 국방부 등 고객의 불만을 산 탓이다. 이번 공급은 삼성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문제를 해결한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블랙베리와 방위산업체 출신 인사를 여러명 영입하며 정부와 기업 시장에 공을 들였다. 삼성전자는 미국 방위산업체 제너럴다이내믹스 출신 칼 네럽을 고용했다. 그는 미 정부와 기업 시장에 기업용 소프트웨어 판매를 주도한다. 계열사 삼성SDS는 최근 블랙베리 최고정보관리책임자(CEO) 출신 로빈 바이엔파이트를 영입했다.
최근 시스코는 직원의 휴대폰 사용을 모니터링하는 새 제품을 내놨다. `스파게티 웨스턴`으로 불리는 이 제품은 정부 기관과 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의 독점 파트너다.
삼성전자 공세 속 블랙베리 입지는 더욱 줄어든다. 존 첸 블랙베리 CEO는 정부와 기업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겠다고 했는데 경쟁사 공세는 더욱 거세다. IDC에 따르면 2010년 70%에 달했던 블랙베리 북미 기업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로 떨어졌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