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산 소프트웨어(SW)는 `품질이 낮다`는 편견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우수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외산을 대체하는 국내 제품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사용자와 외국계 기업 간 라이선스 관련 갈등이 점차 심해지는 것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 하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의미 있는 대체 사례가 눈에 띄는 분야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이다. 종전에는 공공과 민간을 막론하고 오라클 등 외국계 기업 제품을 사용하는 게 당연시 여겨질 정도였다. 하지만 국산은 지난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DB진흥원에 따르면 국산은 작년 10.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고, 지난 2012년 92.2%였던 외산 점유율은 지난해 89.6%로 떨어졌다. 여전히 외산 종속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티베로, 알티베이스, 큐브리드, 리얼타임테크 등이 입지를 넓혀가고 있어 앞으로 국산 점유율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네이버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08년 국산 DBMS 기업 큐브리드를 인수해 외산 대체를 시도했다. 또 오픈소스 라이선스 정책을 채택해 큐브리드 DBMS를 외부에 공개했다.
네이버 IT 담당자는 “큐브리드 인수는 더 이상 외산 SW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토종 SW를 정착시키기 위한 도전이었다”며 “현재 네이버 서비스의 절반 이상이 큐브리드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메일·캘린더·주소록·N드라이브·사전 뿐만 아니라 네이버 전체 서버 모니터링 시스템도 큐브리드 제품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또 하드웨어 시스템도 멀티 벤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수십~수백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사자원관리(ERP) 솔루션 부문에서도 국산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SAP를 중심으로 외국계 기업이 국내 시장을 점유한 상황에서 더존비즈온, 영림원소프트랩 등이 윈백 사례를 늘려가고 있다. 사업 노하우와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제품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검색 솔루션 부문은 이미 국산이 외산을 압도했다. 와이즈넛, 코난테크놀로지, 솔트룩스, 다이퀘스트 등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적지 않은 검색 솔루션 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인사관리(HR) 솔루션 시장에서는 화이트정보통신 등이 경쟁력 있는 토종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공간정보 SW 부문에서 국산의 활약도 기대된다. 한국공간정보통신 등이 제품 보급 확대와 지속적인 연구개발(R&D)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외산을 대체할 국내 기업을 선정해 지원에 나서 전망이 밝다. 이밖에 국방 부문에서도 국산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어 국내 임베디드SW 기업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