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예측하는 걸까, 상상하는 걸까. 누구나 미래는 예측한다고 답할 것이다.
차원용 아스펙미래기술연구소장(53)의 생각은 다르다. 미래는 상상을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대표 미래학자인 차 소장이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을 지낸 유영민 포스코경영연구소 대표와 공동으로 최근 `상상, 현실이 되다`라는 제목의 미래학 서적을 출간했다. 책은 세상에 나온 지 채 두 달이지만 곧바로 증보판이 이어질 정도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책에서는 30년 후 세상을 그리고 있다. 30년 후의 미래지만 이미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개발 중인 `따끈한` 청사진이다. 미래 석학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분명한 사실과 풍부한 자료에 기반을 두고 미래 세상을 조목조목, 그리고 분명하게 그려냈다.
“영화 `ET`에 나왔던 자전거가 하늘로 날아올랐을 때 놀라운 상상력에 환호를 보냈습니다. 지난해 6월 체코에서 영화 속의 자전거가 시험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스파이더맨`처럼 사람이 벽에 붙어도 끄덕없는 접착제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해리포터`에 나왔던 투명 망토도 더 이상 영화 속 상상의 아이템이 아닙니다.”
차 소장은 “미래는 이제 영화나 상상 속에만 있지 않다”며 “영화 속에 등장했던 미래 아이템이 점차 현실화하는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를 위한 출발점은 상상입니다. 이런 제품이 있었으면 좋겠다거나 필요하다는 상상과 생각이 발명으로 이어집니다. 상상 속에 있던 세상을 실현하는 게 바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미래학은 상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50~60년 전에 만화나 영화에서 등장했던 꿈같은 아이디어와 상품이 지금은 대부분 실현됐습니다. 체계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건 전문가의 몫이겠지만 역시 출발은 무한한 상상력입니다.”
차 대표는 과거에 미래를 상상했던 사람이 있었기에 지금 세상이 만들어졌듯이 지금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이 많아야 더 좋은 미래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소 허황되고 엉뚱하더라도 미래에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념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데 몰두할 때 반대로 미래를 상상하고 이를 현실로 만들었던 개척자들이 있었습니다. 400년 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헬리콥터를 상상했을 때 주변에서는 그를 반쯤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자력 에너지와 원자폭탄을 만드는 시금석이 된 아인슈타인의 질량 법칙도 그 시대에서는 이해조차 못했습니다. 먼저 상상을 했고 상상을 현실로 어떻게 만들지 고민한 결과 헬리콥터가 나오고 원자폭탄이 만들어졌습니다.”
국내에서도 미래전략대학원이 만들어지는 등 미래학 논의가 활발하지만 차 대표는 거의 반평생을 미래학 연구에 바쳤다.
국내에서 불모지와 같던 미래 연구 분야에 뛰어들어 미래학 열풍을 만든 주인공이다. 지금도 국제미래학회 과학기술위원장, 미래창조과학포럼 대표, 창조경제연구회와 한국지식재산상업화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KAIST·연세대·숙명여대·고려대 겸임 교수로 재직할 정도로 대외 활동도 왕성하다.
차 소장은 “미래를 이야기할 때 기술을 먼저 이야기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상상”이라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기술도 결국 끊임없는 상상에 있다”고 힘 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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