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문화로 읽다]소금과 염전 노예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리어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13절)…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의(義)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20절).`

성경 마태복음 5장 일부분이다. 예로부터 우리 삶에 소금은 빼놓을 수 없었다.

소금은 음식의 간을 맞춰 제대로 된 맛을 내게 한다. 썩는 것을 막는 방부제 역할도 있어 부패를 방지하는 데도 쓰인다. 무엇보다 소금은 생명과 직결돼 있다. 최근 과다한 나트륨 복용으로 질환이 많이 발생해 적정량 섭취를 경고하지만 몸에 소금이 부족하다면 그 위험성은 더 크다.

사람이 먹는 음식물을 분해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것이 신진대사다. 소금이 부족하면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겨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염분은 삼투압 작용으로 체내 수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소금 가운데 천일염은 미네랄을 많이 함유해 혈관 정화, 소화작용, 배설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생리현상을 조절하기도 한다. 천일염은 중금속과 독성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인간과 불가분 관계에 있는 소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누구나 쉽게 바닷물이라고 답할 수 있다. 그러나 소금을 만드는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소금은 정제염이다. 바닷물을 전기 분해해서 염화나트륨을 만든 뒤 불순물을 제거한다. 칼슘, 마그네슘, 아연, 칼륨 등 무기질이 풍부한 천일염은 갯벌에 바닷물을 가둔 다음 자연 증발시켜 얻는다. 정제염은 99.8%의 고염도를 가지지만 천일염은 80% 수준으로 나트륨 함류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천일염을 만드는 곳은 바로 소금밭, 이른바 염전(鹽田)이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소금을 만들고자 전오제염법을 사용했다. 바닷물을 가마솥에 넣고 끓여 물을 증발시키고 소금을 생산하는 방법이다. 천일염 방식은 1908년 처음 시도됐다. 갯벌이 많은 서쪽해안이 천일염 생산에 적당하다고 판단한 정부(당시 대한제국)는 인천에 처음으로 염전을 만들어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고 한다.

염전에서 소금을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적정한 염분을 맞추려면 계속 물을 관리해야 한다. 소금을 거두기 위해 땡볕에서 몇 시간을 보낸다. 성경 구절처럼 세상에 `맛`을 주기 위해 있는 한 알의 소금은 염부의 땀과 노력이 스며든 결정체다.

최근 염전과 관련해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다. `일자리를 준다`는 말에 속아 외딴 섬에 갇혀 노예처럼 일한 장애인 이야기다. 수년 동안 하루에 5시간도 못자고 염전일부터 벼농사, 온갖 잡일을 했지만 보상은 한 푼도 없었다. 부모님께 구조요청을 하려 보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여름에는 염전에서 소금 내고, 소금 담고, OO 청소, 막노동 등 여러 가지 일을 해왔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소금을 팔기 위해 다녔으며 가을에는 벼농사 등 각종 일을 해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근로 계약을 할 당시 일을 끝마치면 보내준다고 약속했는 데도 안 보내주고 있고 인건비도 계산을 안 해주고…”

성경에서는 서기관과 바리새인에게 규칙만 강요하고 돈을 탐하는 욕심 때문에 대표 `악인`으로 비판하고 있다. 사람을 속여 노예로 만든 이들은 결코 유대의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의롭다하지 못할 것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