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주도 모바일 결제시스템 부상..국내 시장도 빅뱅

가맹점 POS에 카드 정보를 주지 않고 곧바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가 미국을 중심으로 보급에 나서면서 국내 카드·통신·결제 플랫폼 등 관련 업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 페이던트(Paydiant)사는 월마트·던킨도너츠·세븐일레븐 등 40여개 대형 유통사가 투자해 만든 모바일 결제 전담 회사 MCX와 손잡고 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한 ‘역방향 방식 모바일결제 플랫폼’ 보급 사업에 착수했다. 역방향 방식 결제 플랫폼은 POS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의 스마트폰에서 결제 정보를 받아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페이던트사는 카드 ‘역방향’ 결제 플랫폼을 MCX 전 매장에 설치한다. 실물카드 정보를 가맹점 결제 단말기 등에서 아예 배제하는 방식으로 개인 정보가 가맹점 단말기 등에서 유출되는 것이 원천 금지된다.

그동안 모바일 결제 기반의 전자지갑 서비스 사업은 금융사와 통신사가 주도해왔다. 이번에 MCX가 금융과 통신사를 배제하고 페이던트사 결제 플랫폼을 도입하면서 ‘역방향’ 결제 플랫폼 서비스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페이던트사는 MCX와 공동사업을 통해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결제 연동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 통신사와 금융사 위주의 모바일 결제 사업이 대형 유통사로 헤게모니가 이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경양 하렉스인포텍 대표는 “앱과 클라우드로 구현되는 역방향 방식의 모바일결제 플랫폼은 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하고 고객 정보 유출사고를 사전 방지하는 결제 기술이 될 것”이라며 “최근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국내도 이 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카드 개인 정보 사태 이후 POS단말기 등을 통한 제 2의 유출사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드업계나 밴사 또한 POS단말기에 고객 정보를 아예 저장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권과 통신사는 MCX와 페이던트 연합에 대해 제3세력인 유통업계에 모바일 결제 기득권을 모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모바일 결제 시장의 최종 챔피언은 이통사나 금융사가 아닌 유통업체 연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금융사가 차별화 전략을 수립하지 못할 경우 모바일 지급결제 플랫폼 종속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MCX 역방향 플랫폼 도입에 따라 IT 우위를 점한 한국도 새로운 협력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의 경우 이통사, 스마트폰 제조사, 은행과 카드사들이 앞 다퉈 모바일 지급결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강자가 없는 실정이다. 결국 모바일 지급결제에 대한 명확한 수익모델이 부재하고 경쟁자로의 기술과 정보 유출을 꺼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적인 플랫폼 개발보다는 일회성 프로모션 등으로 고객 눈길을 사로잡는데 그치고 있다”며 “이종업체간 연합 체제를 통해 미국 등 공룡기업과 경쟁에서 한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국내업체는 미국 등 해외 보조사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