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사고 서로 탓하던 美 금융-유통 `화해`

대규모 신용카드 정보 유출로 몸살을 앓은 미국 신용카드 보안 시스템 개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서로 탓을 하며 후속 대책을 미루던 금융가와 유통가가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금융-유통 파트너십에 참여하는 14개 각 업계 대표 협회 로고
금융-유통 파트너십에 참여하는 14개 각 업계 대표 협회 로고

14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은행과 금융 업계가 사이버보안을 위해 파트너십을 맺고 전격 협력키로 했다. 금융서비스라운드테이블(FSR)과 유통산업대표협회(RILA)·미국소매협회(NRF)를 비롯한 14개 대표 그룹이 사이버 위협 정보를 공유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공동의 기술 개발을 진행한다. FSR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비자를 포함한 미국 주요 금융업계가, RILA는 월마트·베스트바이·타깃 등 유통업체가 가입해 있다.

우선 전문가와 양측 회원 기업 대표로 구성한 워킹 그룹을 조직한다. 협업 과제는 직불·신용카드 정보 보안 대책 마련 뿐 아니라 모바일 결제 보안도 포함한다. 모바일 결제 대중화로 직불·신용카드 보안을 위한 새 기술 마련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기는 데이터 네트워크로 침투하는 구멍이 되고 있다. 데이비드 로버슨 모바일 결제 뉴스레터 `닐슨 리포트` 발행인은 “모바일 결제 보안은 이번 유통-은행 파트너십의 핵심 안건”이라 지적했다.

서로 날을 세웠던 두 업계 간 다툼은 미국 신용카드 보안 시스템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다. 대형 할인점 `타깃`과 명품 백화점 `니먼 마커스`의 고객 신용카드 정보 대량 유출 사건 이후 양측은 사태의 책임과 향후 투자비 배분을 놓고 번번이 부딪쳤다. 기존 마그네틱 방식 카드에서 칩앤핀(Chip and PIN) 방식 카드로 교체하는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정보 유출의 책임이 유통업계 탓이라며 유통 측이 신규 카드 교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통 측은 은행이 새 카드 채택을 지나치게 늦게 한 탓이며 금융업계가 보다 보안이 강화된 카드 기술을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고 손가락질 해왔다.

팀 포렌티 금융서비스라운드테이블 대표는 “새 카드 발급 비용을 둘러싼 견해 차이가 좁혀진 것은 아니며 합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서로 내부 시스템의 대응력을 높이고 더 나은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국가적 사이버 방위력을 높이는 일은 분명 효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렌티에 따르면 이번 화해는 샌디 케네디 유통대표그룹 대표가 그에게 먼저 접선해 물꼬를 텄다. 유통산업대표협회의 브라이언 돗지는 “금융 업계는 이미 사이버 위협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유통업계는 공식화된 프로그램이 없어 이번 파트너십이 더 나은 소통을 가능케 할 것”이라며 “서로 돈 때문에 싸우는 것 보다 협력으로 기회를 찾자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라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