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모바일 시장의 핫 트렌드는 무엇일까. 오는 25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의 이슈를 5회에 걸쳐 미리 조망해본다.
“산업 이해 없는 그들만의 혁신으로 전체 통신 서비스를 망친다.”(프랑코 베르나베 텔레콤 이탈리아 회장)
“당신들(무료 메신저 바이버를 지칭)은 무단 침입자다.”(코버트 슈미트 도이치텔레콤 부사장)
2년 전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2`에서 이동통신사 CEO들은 OTT(Over the top·망을 보유하지 않고 인터넷·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기업에 대해 이처럼 우려했다. 통신사가 돈 들여 닦아놓은 망에 무임 승차해 공짜 서비스를 내놓고 통신사의 수익성을 갉아먹는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오는 25일부터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14는 불과 2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가 예상된다. 서비스·플랫폼을 제공하는 OTT 기업이 성토의 대상이 아닌, 모바일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행사가 될 전망이다.
기조연설자의 면면만 봐도 OTT 기업 참여가 확연히 늘어났다. 창사 10년만에 MWC 행사장에 처음 나타나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가장 주목받는 기조연설자다. 사용자 수가 4억명이 넘는 미국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을 만든 잰 코움 왓츠앱 CEO, 비즈니스 미팅에 특화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주목받는 쉬무즈의 미셸 갤런 CEO도 기조연설자 명단에 포함됐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도 이석우 카카오 대표와 서진우 SK플래닛 사장이 기조연설에 나서 각각 카카오톡의 성공과 모바일 커머스 서비스의 진화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카카오의 경우 MWC 행사를 주최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앤 부베로 사무총장이 방한했을 때 이 대표를 직접 만나 `기조연설자로 나서달라`고 간곡히 설득했을만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조연설 뿐만 아니라 통신사와 OTT기업 간 다양한 비즈니스 제휴도 이번 MWC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통신사의 자산과 OTT기업의 혁신성을 밀접하게 결합시켜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을 나눠가지는 파트너십이 다양한 방식으로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이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만나기 위한 통신사 CEO들의 예약이 가득 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러한 통신사들의 OTT에 대한 태도 변화는 통신업계가 OTT 기업의 대항마로 내놓은 각종 서비스들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에 기인한다. 조인은 바이버나 왓츠앱, 카카오톡 등이 통신사의 문자 수익을 깎아먹자 글로벌 통신사들이 힘을 합쳐 내놓은 자체 메신저 플랫폼이다. 통신사들은 MWC 2012에서 조인을 전격 공개하고 MWC 2013에서도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기술적으로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는 우리나라에서도 사용률이 1%에도 못 미치며 실패한 시도로 평가된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반격하기 위해 만든 글로벌 통신사 앱스토어(WAC)도 흥행에 실패했다.
양현미 GSMA 최고전략담당자는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며 실패를 인정했다. 통신사의 반격 실패는 곧 OTT 기업의 승리를 의미한다. 이번 MWC 2014에서 `OTT를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한` 통신사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