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에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초가집을 없애고 마을길을 새롭게 단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호롱불을 사용했던 가가호호에 전기를 공급하면서 우리의 삶을 바꿔 놓았다. 전기는 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형태의 산업을 일으켰고 그 역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자동차, 전기주택까지 등장하면서 전기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지고 있다.
반면에 전기는 생산과 소비를 실시간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저장이 어렵고 사용자의 소비패턴도 일정해 수요관리가 쉽지 않다. 한전은 8600만㎾에 달하는 발전설비와 45만㎞ 규모의 송배전선로를 자동화 기반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머지않아 100만대의 전기차와 900만㎾의 태양광·풍력발전원이 전력망과 연동된다면 전력수요가 급변하고 신재생 발전원의 출력변동 등 예상치 못한 문제로 전력공급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위험을 줄이려면 전력설비 운영 데이터에 따른 예측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적용한다면 전력망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에너지 운영 계획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 즉, 전력설비와 ICT를 융합해 수집된 데이터 분석으로 전국의 설비 상황을 예측하고 맞춤형 시나리오에 따라 계통운영을 최적상태로 운영해 전력망의 고장예방과 적절한 수요조절 그리고 태양광 발전 등의 확대 사용과 낭비 없는 소비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그리드의 확산을 위해서는 기존 전력망의 지능화가 선행돼야 하고 `신재생+ESS` 융합, 지능화된 인터페이스와 전기차 충전 및 소비관리 시스템의 보완과 확대가 요구된다. 또 기존 전력 운영용 설비 관리와 업무용 프로그램 등을 미래의 전력망 환경에 최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전력설비 간 데이터 분석으로 부하평준화시켜 이용효율을 높이고,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예측하고 사전조치도 가능하다. 또 온도변화에 따라 주요 전기설비의 과부하나 소손을 예상해 사전에 보강함으로써 피해를 막을 수도 있다. 원격검침인프라(AMI)로 전력사용량 데이터를 분석해 수요예측과 소비 절감, 품질관리 등 전력회사와 소비자를 대상으로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기존의 DAS와 SCADA,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과 마이크로그리드는 물론이고 전기차 충전 관리시스템 등과 연계해 전국 전력망의 최적 운영체계를 완성하게 될 것이다. 계획의 수행에 필요한 유무선 네트워크는 통신사와 함께 기술융합 관점에서 사업모델에 따라 개발과 활용을 추진하게 된다.
이처럼 스마트그리드는 전력산업 전 분야에 걸쳐 적용되는 거대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전체의 모습을 그리고, 부분의 조합을 통해 최종적인 완성을 추진해야 한다. 기존의 사업체계와 연계해 물리적으로 상호 연동이 가능해야 하고 소프트웨어 측면의 완성도가 보장돼야 하며, 지능적인 판단에 기초한 최적운영이 가능해야 한다.
전력기업이 주축이 돼 스마트그리드에 대해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지속적으로 기술혁신을 이뤄낸다면 중소기업의 성장도 견인할 수 있다. 또 향후 추진 절차를 확정하고 제도를 정비한다면 우리나라 국력을 제고한 새마을운동처럼 크게 확산돼 에너지 공급과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다.
황우현 한국전력공사 SG&ESS 처장 hblue@kepc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