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후약방문` 저축은행 LTV규제

“고객님, 대출을 80%까지 끌어올려 드릴께요. 주택담보 대출 비율(LTV) 규제 때문에 시중 은행권에서는 이 만큼 대출을 받을 수 없을 겁니다.”

한 저축은행 상담사의 말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부실 채권을 절반이상 줄여 우량 저축은행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이를 잘 살펴보면 앞뒤가 뒤바뀌었다. 저축은행이 부실화된 데에는 무분별한 PF 대출외에도 LTV규제를 비웃는 부실·과다 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이 LTV규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저축은행이 규제 한도를 지키지 않고 과다 대출을 해주는 `묻지마` 대출이 다시 횡행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융감독원 규제 기준은 개인(사업자 외)의 경우 LTV 60%이지만 일부 저축은행 등이 브로커 등을 통해 최대 80%까지 변칙 대출을 해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담보 인정 비율 한도 초과해 대출한 키움·우리금융·인성·스타·삼성 등 5개 저축은행에 대해 지난 7월 제재를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담보 인정비율 한도를 훨씬 뛰어넘는 대출은 이렇듯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수법도 더욱 과감하다. 과거에는 LTV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고객에게 허위로 사업자 등록을 내게 한 후 LTV한도를 초과해 대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제 대놓고 LTV규제를 무시하는 대출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로 무너진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시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LTV규제를 감독해야할 금융당국은 오히려 부실 대출로 인해 발생한 채권을 매각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부실채권 발생을 선제 차단하기 보다는 사후약방문식 관리에만 신경 쓰는 형국이다.

실제 유니온 저축은행은 자기자본비율 과대계상, 공시의무 위반, 대주주 불법대출 등으로 기관경고와 3억34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았다. LTV규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저축은행에 대해 금융당국은 다시 한 번 실태 점검을 거쳐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항상 일 터지고 수습하는 졸책보다는 선제적인 예방책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LTV규제 정책은 모든 금융사에 적용돼야 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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