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일으킨 KB국민, 롯데, NH농협은행에 대해 17일부터 5월 16일까지 3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카드사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11년 만이다. 처벌 수위도 현행법상 최고 한도다. 신용카드의 신규 회원 모집만 금지한 2003년과 달리 이번에는 신용카드에 더해 체크·기프트카드 신규 회원 모집과 발급도 중단하도록 했다. 현금서비스나 카드론·리볼빙도 신규 약정이 안 되고, 카드슈랑스·통신 판매·여행 알선 등 부수 업무도 신규 판매는 금지된다.
사실상 모든 신규 영업을 중단조치한 셈이다. 다만 보육·교육·복지 등 공공성이 있으면서 대체 가능성이 없는 카드에 대해서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신규발급을 허용키로 했다. 학생증과 문화누리카드, 면세유카드, 아이즐거운카드 등 공익 목적을 가진 카드영업은 허용한다.
기존 고객은 이번 카드사의 영업정지 이후에도 평소처럼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영업정지 기간중에도 기존카드를 이용한 구매, 약정 한도내의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은 이뤄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영업정지 기간 중 불법 영업을 할 경우 인가를 취소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영업정지 준수 여부를 감독하기 위해 금감원 감독관을 파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카드 3사에 대한 영업정지가 카드 모집인 등의 고용 불안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영업 정지에 들어간 후에도 카드사가 모집인 조직을 유지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2003년 삼성카드 영업정지 사태 때 대출모집인에게 평균 성과급의 60%를 지급한 전례를 따르도록 할 계획이다. 카드 3사에 소속된 카드 부문 모집인은 4000여명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영업정지 3개월로 영업·대출 기회 손실만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수백만장의 카드 재발급에는 500억원 이상을 썼다.
금융당국은 최고경영진(CEO)에 대해서도 해임 권고 등의 처벌을 통해 고객 정보보호에 대한 금융사의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관련법 개정을 통해 영업정지 3개월을 6개월로 강화하고, 매출액 대비 1%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영업정지 조치와 관련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특히 자체 조사 이전에 제재 수위를 이미 결정했다는 점은 앞뒤가 바뀐 조치하는 지적이다. 다른 금융사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카드사의 정보유출 사건이 불거지기 한 달 전에 검찰은 씨티은행과 SC은행에 대한 13만여건의 정보유출 사건을 발표한 바 있다.
검찰 수사 내용을 토대로 이들 은행에 대해 벌써 제재를 취했어야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서는 ‘금감원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이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한발 뒤로 물러서 있다. 이 때문에 만만한 국내 금융사만 강하게 처벌하고 외국계 금융사에 대해서는 눈치 보기를 한다는 비판도 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