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방형 소프트웨어(SW)를 전면 도입한다. 전자정부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를 도입해 독자적인 정보기술(IT)을 확보하고 산업 발전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안전행정부는 이 내용을 포함한 ‘전자정부 클라우드 전환 정보화계획(ISP)’을 상반기 중 수립키로 했다.
정부 계획대로 가면 100만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와 데이터베이스·웹·프로그래밍 서버 등 운영·관리 SW가 단계적으로 개방형으로 바뀐다. 덩달아 민원24를 비롯한 1만8000개 전자정부시스템도 개방형 SW 기반으로 달라진다. 정부는 특정 외산 제품에 종속돼 업그레이드와 교체시 해당 업체에 휘둘리는 문제를 해소하고, 업계는 새 시장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개방형 SW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또 이 시장이 커진다고 그 혜택을 토종기업이 그대로 받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개방형 SW인 리눅스시장만 봐도 그렇다. 이 시장도 외국계 기업, 특히 기존 기업이 거의 주도한다. 토종기업을 제대로 육성하는 전략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개방형 SW 도입 역시 외국 기업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새로 옮겨가겠다는 클라우드 시장만 봐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미국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이다. 국내 통신회사와 인터넷 업체들도 이 시장을 개척하지만 세계적인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다양한 SW 포트폴리오를 갖춘 미국 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버겁다. 그렇다고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에서 대놓고 우리 기업에만 기회를 몰아줄 수도 없다.
결국 운용체계(OS), 데이터베이스와 같은 SW부터 클라우드까지 기반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다행히 이 분야에 우리 기업들이 있다. 다만 미국 기업과 비교해 약점이 더 많다. 이를 보완해 기반 분야부터 국내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중견·중소기업들이 활약할 미들웨어와 단말 SW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 이제 우리 개방형 SW 수준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아울러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안을 업계와 정책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