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 시장·여론 독과점 지상파방송이 더 심각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방송 시장과 여론 독과점 우려를 표명하자 유료방송업계가 잔뜩 긴장했다. 정부가 추진한 유료방송 규제 완화에 갑자기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방송시장 독과점 폐해는 늘 막아야 한다. 다만 문제 본질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엉뚱한 해법으로 갈까 걱정된다. 유료방송사가 그간 시장과 여론을 독과점한 게 아니라 되레 독과점을 해소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방송시장의 독특함은 지상파방송 입김이 지나치게 세다는 것이다. 케이블, 위성, IPTV 등 방송 플랫폼이 많아져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로 인한 시장 왜곡이 방송산업 발전을 가로막았다. 이를 그나마 유료방송사가 최근 해소하기 시작했다. CJ 계열 프로그램공급업체(PP)인 TVN이 대표적이다. 지상파방송 시청률을 웃도는 프로그램을 만들며 콘텐츠 다양화와 후방 콘텐츠 산업 활성화에 기여했다. 방송 시작 20년이 되도록 지상파방송에 눌렸던 케이블방송사가 모처럼 기지개를 편 참이다.

정부가 점유율 제한 등 유료방송 규제를 완화하려 한 것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방송산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유료방송사, 특히 대기업 계열의 역할이 중요하다. 더욱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곧 미국 방송사들이 물밀 듯 들어온다. 이에 맞설 역량을 쌓자고 추진한 유료방송 규제 완화가 자칫 거꾸로 갈까 걱정이다.

유료방송, 특히 대기업 계열 케이블방송사 독과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를 빼고 PP에 늘 ‘갑’으로 군림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정책 당국이 늘 감시할 대목이다. 그런데 이러한 횡포가 유료방송사만의 잘못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 플랫폼과 상관없이 유료방송사들은 모기업의 막강한 영향력을 앞세운 지상파방송 계열 PP를 어쩔 수 없이 배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중소PP가 당한다. 상당수 중소PP들이 본연의 콘텐츠 생산보다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며 연명할 정도다. 지상파 방송이 유료방송을 도배하는 상황에서 획기적인 콘텐츠 차별화 시도는 힘들다. 박 대통령이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알고 독과점 우려를 표명한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