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대상 발전사가 올해도 과징금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RPS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 목적으로 지난 2012년 실시한 제도다. 일정규모를 넘는 발전사업자는 전체 발전량의 일정량 이상을 태양광이나 풍력,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공급해야 한다. 문제는 해마다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 비율은 늘어나는데 신재생에너지 사업 여건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발전사업자는 RPS 시행 첫해인 2012년 발전량의 2%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했다. 하지만 의무 이행량은 전체 642만279REC(신재생공급인증서) 가운데 64.7%에 그쳤다. 26.3%는 이행을 연기했고 발전사는 나머지 9%에 해당하는 과징금인 187억여원을 부과 받았다. 지난해에는 의무 이행률이 2.5%로 늘어난 데다 전년도에 미뤄놓은 분량까지 이행해야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과징금 폭탄이 예상된다. 2022년엔 RPS 이행비율을 10%까지 채워야 한다. 획기적인 기술개발이나 제도적 개선 없이는 과징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뻔하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산하려는 제도가 발전사로부터 과징금만 걷고 끝나는 정책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가장 큰 원인은 국내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려고 해도 못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가장 활발한 태양광을 제외하면 사업 환경이 열악하다. 태양광은 13개 RPS 대상 사업자 모두 할당된 의무량을 채운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에 풍력은 50여개 사업이 정부 인·허가 단계에 발이 묶인 상태다. 청와대까지 나섰지만 크게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조력발전 역시 마찬가지다. 중앙 정부에서조차 유관부처가 이견을 보이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 환경단체까지 반대하고 나서 개발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그렇다고 구입해서 의무량을 채울 REC도 시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획기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제대로 된 RPS 이행은 불가능하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이 파행하는 상황에서 203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로 확대하겠다고 한 정부 약속을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