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2위 케이블TV 합병에 고객부담 증가 우려

미국 최대 케이블TV 방송사업자 컴캐스트가 2위 타임워너 케이블을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소비자의 비용과 선택권 면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 미국에서 거대 케이블 방송사가 등장하면 요금이 인상되고 TV 시청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넷플릭스나 아마존 같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와의 경쟁 속에서 케이블 방송사 가입자가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위성방송사업자와 통신사도 동영상 제공 서비스 대열에 동참해 경쟁이 치열해지는 형편이다. 한때 협력관계였던 프로그램 공급자가 경쟁 틈바구니 속에 쏠쏠한 재미를 보면서 비용 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케이블 방송사에게 압박이다.

지난해 매출이 8% 증가한 미국 CBS 방송의 레슬리 문브스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은 좋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콘텐츠 회사의 황금기”라며 “새 플랫폼에서 돈을 벌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에는 타임워너 케이블과 CBS간 갈등으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댈러스 등지에서 수백만 명의 타임워너 케이블 가입자가 약 한 달간 CBS를 보지 못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타임워너 케이블에서 30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빠져나갔고 최근 2년간 미국 전역에서 비슷한 사례가 80건 넘게 속출했다.

이런 와중에 컴캐스트와 타임워너 케이블이 합병되면 동영상과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요금을 올리는 한편 프로그램 공급자 통제를 강화해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좁힐 수 있다고 소비자단체는 지적했다. 또 합병 이후 컴캐스트가 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이용 한도를 만들고 저속 서비스를 배정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컴캐스트와 타임워너 케이블이 지금도 소비자 만족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음을 감안하면 서비스 질 역시 낮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1·2위 업체의 합병을 당국이 허가할지 불투명하다는 전망 속에 정치권도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존 록펠러 미 상원 상무위원회 위원장은 “거대 업체의 등장이 더 넓은 선택권과 저비용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며 “내 경험상 이 정도 규모의 합병에서 그렇게 된 적은 없다”고 꼬집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