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친고죄 전환 다룬 저작권법 개정안 문제 없나

법률소비자연맹이 국회의원 270명을 상대로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고발한 사건을 계기로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고발 내용은 지난 2012년 10월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오찬 내용을 보도한 기사와 사진을 2013년 8월까지 모두 185회에 걸쳐 해당 언론사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개인 홈페이지에 전재해 저작권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이슈분석]친고죄 전환 다룬 저작권법 개정안 문제 없나

연맹은 “직접 의원실에 확인한 결과, 개별 언론사로부터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고발했다”며 “국회의원을 감히 누가 고소·고발하겠느냐는 특권의식이 빚어낸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맹 측은 “국회의원을 고소할 수 있었던 데는 제3자 고발이 가능한 현행 비친고죄 규정 때문”이라며 “비친고죄 규정으로 인해 국민 다수가 피해를 받는 만큼 이를 친고죄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즉, 지난해 김희정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수용하자는 견해다. 개정 법안심사를 앞둔 상태서 국회의원 고발이라는 연계고리가 채워진 셈이다.

연맹 측 주장은 현행 저작권법이 국민에게 과도한 짐을 지운다는 것과 이를 친고죄로 개정하면 그 짐이 덜어질 것이란 게 요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친고죄 전환 찬반 팽팽

저작권법 개정에 찬성하는 측은 로펌 등의 무차별적 고발 남발과 과도한 금전적 합의 유도를 가장 큰 문제로 삼는다. 개정안 찬성측 관계자는 “일부 로펌 등에서 저작권법의 비친고죄 규정을 악용해 별다른 의도 없이 타인의 개인저작물을 단순히 이용한 일반인들을 상대로 무차별적 고소를 남발하고 과도한 금전적 합의를 유도하는 등 부도덕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법률회사나 로펌 등이 민간인과 법인을 대상으로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발한 건수는 급증했다. 저작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기소유예 조건으로 저작권지킴이 교육을 받은 대상자 중 고소 주체가 로펌인 사례는 1075건으로 전체 44.5%에 달했다. 이는 개인 저작권자의 직집 고소 건수 807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또 로펌 고소비율 44.5%는 전년도 38.3%에 비해 무려 6.2%포인트나 늘었다.

이에 대해 개정안 반대 진영에서는 비친고죄 규정을 바꾼다고 해서 법무법인의 고소가 감소하는 게 아니라 되레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해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이 개정안이 반영하는 문제의식 자체는 공감한다”면서도 “개정안의 내용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나치게 형사고소 또는 고발이 남용되는 것은 문제지만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전혀 달라지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친고죄냐 비친고죄냐 하는 것은 검찰에서 법원에 공소제기를 하는 데 제약을 둘 뿐, 친고죄라고 해서 고소나 고발에 대해 어떠한 제한을 두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친고죄의 범위를 확대할 경우, 형사절차상 저작권자 권리를 강화해 부당하게 높은 합의금을 받아 내기 위한 피해자의 고소권 남용 현상이 더 빈번해질 것이란 우려다.

개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친고죄 대상을 개인으로 한정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교수는 “법리적인 면에서 권리자가 법인인지 개인인지 여부는 입법례도 없고, 왜 동일한 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법인이냐 아니면 자연인인 개인이냐에 따라서 검찰의 소추권행사가 달라져야 하는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도 권리자가 개인인지 법인인지의 판단은 매우 어려워 권리자가 개인인지 법인인지에 따라 친고죄 여부가 달라진다면, 결국 검찰의 저작권침해 사건 처리에 대한 부담만 불필요하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콘텐츠 불법 유통 늘고, 형사처벌은 줄어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묵시적으로는 저작권 권리자만이 고발할 수 있도록 친고죄 기반 위에 규정돼 있다. 제3자 고발이 가능한 비친고죄 부문은 ‘영리목적’ 또는 ‘상습적인 경우’로 한정돼 있다.

저작권법은 지난 2006년 개정 때에는 영리 또는 상습이란 두개 단서가 모두 충족해야 비친고죄 규정이 적용됐지만, 2011년 개정에서 둘 중 하나만 이뤄져도 처벌이 가능하게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00년 들어 인터넷을 통한 저작권 침해 사례가 급증했고 콘텐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따른 조치였다.

비친고죄로 규정함으로써 가장 큰 문제는 형사고소 대상이 늘어났다는 게 연맹 측의 주장이다.

실제 저작권법 위반에 따른 형사고발은 한때 급증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6년 1만8227건이던 접수 건수는 2008년 9만여건으로 급증했다. 또 2008년 당시 이 가운데 청소년 207명이 약식기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기소유예 처분 규정이 적용되면서는 구속사례는 현격히 줄었다. 2006년 재판을 받고 형사 구속된 저작권침해사범은 23건이었지만 2012년에는 전혀 없었고, 지난해에는 2건만이 구속처리됐다. 또 이 가운데 청소년 구속은 2006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한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웹하드, P2P, 토렌트 등을 통해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각종 불법 콘텐츠가 버젓이 유통되는데 이를 방조하는 것은 산업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