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업계가 영동지역의 기록적인 폭설에도 장애율 ‘제로(0%)’를 달성, 폭설과 전쟁에서 한판승을 거뒀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폭설로 통신 두절 사태가 잇따르는 것과 대조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세계 최고 수준 통신망 운영 노하우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19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 3사는 지난 6일부터 시작된 강원도 지역 폭설에서 단 한건의 장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본사로 보고될 만큼 특별한 통신장애는 없다”며 “평시 수준 장애가 발생해도 긴급복구로 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19일 현재까지 장애 발생 건수가 ‘제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폭설로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도 평상시와 다름없는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안전을 위해 추가 구축이 어려울 뿐 3G, LTE 등 기존 서비스는 변함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폭설 등 자연재해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최대 난제다. 단 시간에 변하는 환경은 각종 전자장비로 이루어진 통신 시스템을 무력화할 뿐만 아니라 복구를 위한 접근까지 어렵게 만든다.
영동 지방과 비슷한 시기에 폭설을 맞은 일본에서는 대규모 장애 사태가 발생했다. 도쿄를 중심으로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주요 통신사도 속수무책으로 당해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제대로된 서비스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통신사들이 폭설에도 서비스를 유지하는 까닭은 구축된 인프라가 워낙 탄탄한데다 장애 복구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지원체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국내법 상 통신 기지국(철탑)은 초속 60m/s까지 버텨야 준공 허가가 난다. 게다가 대부분 통신선로가 지하에 매설돼 지상 환경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선로 매설은 공중선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어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은 물론이고 지역이 광범위한 중국, 미국 등 선진국도 매설 비중이 높지 않다. 우리나라는 KT 단일 회사만 전국에 61만㎞에 달하는 광선로가 지하 구간에 설치돼 안정성이 높다.
고도로 훈련된 운영인력 등 지원체계도 군계일학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들이 워낙 품질에 민감해 통신 3사 모두 고도화된 인력, 노하우를 보유한 것도 대형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통신업계는 이번 주 영동지방에 추가 강설이 예고된 만큼 긴장을 놓지 않을 방침이다. KT 관계자는 “통신장애가 생기면 일반 서비스뿐만 아니라 재해복구에도 상당한 차질이 있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리한 대응으로 지원인력 인명피해에도 만전을 기한다. SK텔레콤은 강원도에 수십명 규모 인력을 추가 투입한 가운데 지원팀에 “대응이 어려운 지역에서 무리하지 말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눈이 녹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전주 피해 등 사후관리도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라며 “큰 변수가 없는 한 영동 폭설로 인한 통신장애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