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불법 행위로 영업정지와 같은 제재를 받는다. 그런데 해당 기업 비용은 줄고, 주가는 오른다. 정작 피해를 다른 관련 기업 몫이다. 이렇게 이상한 일이 곧 발생할 전망이다. 정부가 통신사업자 불법 단말기 보조금 지금 행위를 강력히 제재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건의를 받아 미래창조과학부가 그 수위를 검토한다. 한 달 이상 2개 통신사 동시 영업정지, 신규가입·번호이동·기기변경 금지 등 이전 영업 정지보다 강도가 셀 것으로 관측됐다.
정부는 이렇게 제재를 해서라도 과열된 보조금 시장을 제재로 정상화하려 한다. 우리나라 단말기 보조금 시장이 비정상인 것은 사실이다. 밤새워 줄을 선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마구 뿌리는 행위도 최근 잇따라 발생했다. 그것도 정부가 제재 엄포를 놓았는데도 그랬다. 경고마저 씨알도 안 먹히니 규제 당국으로선 화를 낼만 하다. 문제는 이런 규제가 별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작 영업정지를 당할 통신사업자는 잃을 게 별로 없다. 일부 가입자를 빼앗길 수 있지만 그 대신 마케팅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증권사들이 통신사업자 주가 상승 전망을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재 여부와 상관없이 통신사업자 모두 주가가 오를 전망이다. 더욱이 영업정지를 반복하면서 통신사업자 면역이 높아졌다. 이전보다 제재 강도를 높인다고 이전과 같은 충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은 다르다. 영업정지 기간에 사실상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 특히 내수 의존도가 높은 단말기 제조업체인 팬택과 영세 휴대폰 판매점, 대리점엔 적잖은 경영 타격이 예상된다. 매출이 감소해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 제재 불똥이 엉뚱한 곳에만 튀는 셈이다. 침체한 내수시장을 살리려는 정부 의지도 거스른다. 이용자 차별 해소라는 제재 취지를 업체는 물론이고 소비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효과도 적고, 제3자만 피해를 볼 제재라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부가 불법 보조금이 나오지 않을 근본적인 정책 수단 개발 없이 실효성 없는 제재에 집착한다면 규제 권력 과시용일 뿐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