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클로즈업]디지털 행성과 창조도시 전략

1988년 당시 제록스에 근무하던 마크 와이저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유비쿼터스는 ‘편재하다’라는 뜻이다. 모든 사물에 컴퓨터가 들어가 서로 연결되는 미래 사회를 예견한 말이다.

[북스클로즈업]디지털 행성과 창조도시 전략

이후 유비쿼터스 개념은 더 확대되면서 유사한 용어로 진화했다. 사물지능통신, 만물지능통신에 이어 최근엔 ‘디지털 행성’ 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디지털 행성은 우리가 사는 물리적 공간과 사이버 공간이 긴밀하게 연결된 사회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와 최해옥 칭화대 박사가 공저한 ‘디지털 행성과 창조도시 전략’은 디지털 행성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가 세계 일류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담았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빠르게 ‘세계 속의 한국’으로 거듭난다고 말한다. 한국은 세계 일곱 번째로 20-50 클럽에 가입했다. 20-50 클럽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을 갖춘 나라를 뜻한다. 골드만삭스는 2050년 통일한국 1인당 GDP가 9만달러를 넘고 미국에 이어 두 번째 부국이 될 것으로 점쳤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앞으로 아시아의 세기가 올 것이며 그 주역은 한국이라고 전했다. 1인당 GDP는 일본의 두 배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저자는 이 같은 성장 배경에 ICT가 자리한다고 주장한다. 2020년 이후 인류는 디지털 행성 시대로 접어들며 지금 한국은 거대한 변곡점에 와 있다고 강조한다. 2만달러 국가로 주저앉을 것인지, 5만달러 국가로 일어설 것인지는 ‘디지털 행성 선도국가와 창조도시’라는 디지털 바닷길 개척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행성과 창조도시 전략’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제3의 지구로서 디지털 행성 시대 도래를 예고하는 메가트렌드를 다룬다. 2부에선 디지털 행성 시대를 선도하려는 기업과 국가의 동향, 전략을 소개한다. 3부에선 디지털 행성 시대의 초연결 창조도시, 4부에선 중국의 창조경제와 창조도시 전략을 살펴본다.

중국을 집중 조명한 것은 중국의 미래도시 발전전략과 정책이 세계 경제지도를 바꿀 잠재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로 ‘차프리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은 이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한다.

저자는 선진 창조경제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한국의 진로와 거시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21세기 디지털 행성 사회는 만물인터넷을 기반으로 국부가 창출되고 인류 삶의 질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상의 모든 곳에 컴퓨터 칩이 들어가면 환경은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는 시스템으로 재탄생한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명사적 인식을 바탕으로 디지털 행성 시대로 가는 지도를 그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새로운 인류 문명사의 흐름에 도전적으로 맞서자고 말한다. 최근 주춤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전략이 구체적 실행계획을 찾고 있다면 이 책에서 다양한 대안을 발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원규〃최해옥 지음. 전자신문사 펴냄. 2만5000원.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