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굿바이 브릭스(BRICs) 웰컴 민트(MINTs)

‘브릭스(BRICs)를 넘어 민트(MINTs)가 뜬다.’

2001년 세계적인 투자회사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 회장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의미하는 브릭스를 신흥 경제국으로 지목했다. 세계 투자가가 브릭스로 몰렸고 눈부신 속도로 성장했다. 멈출 것 같지 않았던 브릭스 국가도 2012년부터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 2014년 1월 오닐 회장은 브릭스 대신 민트에 눈을 돌렸다. 멕시코(M)·인도네시아(I)·나이지리아(N)·터키(T)다. 오닐 회장은 BBC 인터뷰에서 “민트국가가 30년 안에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성장한다”고 말했다. 과연 민트가 브릭스를 대신하는 신흥 경제국이 될 것인가.

[이슈분석]굿바이 브릭스(BRICs) 웰컴 민트(MINTs)

◇브릭스가 흔들린다

CNN은 최근 몇 년 간 브릭스 경제 성장이 둔화됐다고 보도했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경제를 견인했지만 최근 2~3년 새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일부에서는 브릭스 성장 신화가 끝났다는 진단도 나온다. 브릭스 국가 대부분이 제도와 물적 인프라 정비가 지체돼 추가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코노믹타임즈는 중국 경제가 가파른 임금 상승에 발목 잡혀 세계 제조공장 지위를 빼앗길 위기에 몰렸다고 보도했다. 다른 지역으로 공장과 투자가 이동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2010년 10.4%에서 지난해 7.6%로 떨어졌다.

중국과 함께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가진 인도도 예외는 아니다. 인도통계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4.9%에 머물렀다고 발표했다. 3년 전 인도 경제 성장률은 9%를 넘었다. 인도는 국민 3명 가운데 1명은 하루 1달러25센트로 사는 등 여전히 높은 빈곤율에 시달린다.

자원수출 신흥국인 브라질 성장률은 2010년 7.5%에서 2012년 0.9%로 대폭 하락했다. 러시아 경제도 2010년 4.5%에서 2013년 1.3%로 떨어졌다. 이 여파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올해 들어 6.44% 하락, 최근 5년 새 최저 수준이다.

◇왜 민트인가

이코노미와치는 민트 국가의 핵심은 풍부한 인구라고 분석했다. 터키를 제외한 3개국 인구는 각각 1억명이 넘는다. 4개국을 합하면 총 5억명이 넘는 거대 시장이다. 인구만으로 인도네시아가 세계 4위, 멕시코가 11위, 터키 17위다.

경제 성장에 유리한 인구 구조도 강점이다. 고령화에 시달리는 선진국과 달리 경제 생산에 참여하는 노동 인구 증가율이 높다. 노령화가 시작된 중국과 러시아가 부러워할 만한 요소다. 멕시코 평균 연령은 27세로 40세인 영국과 비교하면 매우 젊다. 급증하는 젊은 노동 인구는 결국 내수 소비를 진작하는 원동력이다. 인도네시아 평균 연령은 멕시코보다 더 낮은 25세다.

지리적 위치도 민트 국가의 강점이다. 멕시코는 북미와 라틴 아메리카를 연결하는 요지에 위치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2대 시장인 중국이 지척이고 동남아시아의 심장이다. 나이지리아는 유럽과 가까운 아프리카 관문국이며 터키는 예로부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가교 국가다. 나이지리아 경제는 몇 개 기업이 독점했다. 외국 기업이 들어갈 여지가 많다. 텔레그래프는 터키가 정치 문제를 푼다면 유럽 경제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닐은 민트 국가가 브릭스처럼 협력체를 만들면 국내성장률(GDP)이 두 자릿수 수준으로 급성장한다고 전망했다. 경제 규모만 놓고 보면 브릭스보다 작지만 결코 무시할 상대가 아니다. 2012년 GDP 규모로 인도네시아는 세계 16위, 터키는 17위다. 터키는 2002~2011년까지 연평균 5.2% 성장을 기록했다. 멕시코 GDP는 2012년 1조1800억달러(14위)에서 2050년에는 6조9500억달러로 6배 정도 증가해 세계 8위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나이지리아는 같은 기간 GDP가 2600억달러에서 4조9100억달러로 19배나 늘어 13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텔레그래프는 민트 국가는 큰 잠재력과 함께 높은 위험이 공존하는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유명 투자회사는 민트 시장에 배팅하기 시작했다. 샤를 마뉴 마그나 뉴프론티어 펀드와 프랭클린 템플턴 프런티어 마켓 펀드가 민트 경제에 투자했다. 경제 전문가는 최소한 10년을 내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트 경제 투자 후 열매를 따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민트 경제가 과대 포장됐다는 의견도 있다. 불안한 정치와 환율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코노미와치는 민트 경제의 문제로 낮은 교육 수준과 사회 인프라를 꼽았다.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는 사회간접시설이 취약하다. 전력 공급은 경제 생산과 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민트 경제가 과연 금융위기를 견딜 수 있는가도 관건이다. 최근 신흥 시장 통화가 폭락해 1997년 아시아를 강타한 금융 위기 재현 우려가 높다. 당시 아시아 호랑이로 불리던 국가들이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

영국 킹스컬리지 런던 국제 개발연구소 에두아르도 J. 고메즈는 CNN에서 “민트 경제가 과연 달콤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는 브릭스를 이을 국가가 되기엔 교육 수준이 낮고 공공 보건 시스템도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2050년 세계 경제 순위 예상-GDP(자료:골드만삭스, 단위:억 달러)

[이슈분석]굿바이 브릭스(BRICs) 웰컴 민트(MINTs)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