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레인지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함께 레인지로버 3대 라인업을 구성하는 모델이다. ‘스포츠’라는 이름을 내건 만큼 가장 날렵하고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발휘하는 점이 특징이다.
3.0리터 SDV6 터보 디젤 엔진을 장착한 ‘3.0 SDV6 HSE’과 ‘3.0 SDV6 HSE 다이내믹’ ‘3.0 SDV6 오토바이오그래피 다이내믹’ 모델을 먼저 선보였고 3.0리터 V6 수퍼차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3.0SC HSE 다이내믹’을 추가로 출시해 총 4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시승한 차는 3.0 SDV6 HSE 다이내믹 모델이다.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겉모습에서부터 ‘나는 스포츠 모델이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전작과 비교해 길이만 62㎜ 길어졌을 뿐 너비가 55㎜ 늘었고 높이는 4㎜가 낮아졌다. 차체가 몸을 낮추고 넓어지면 급격한 방향 변화에도 차가 흔들림 없이 달린다. 여기에 전방 유리창은 물론 지붕마저 비스듬한 경사를 유지하고 있어 공기저항을 줄였다. 덕분에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일반 스포츠카 수준인 0.34Cd의 공기항력계수(공기저항을 나타내는 값. 이 값이 낮아질수록 공기 저항이 작은 자동차다. 최대치는 1.0이다.)를 구현, 기존 모델보다 성능을 8%나 향상시켰다. 복합연비도 10.6㎞/ℓ나 된다.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인테리어는 레인지로버 모델 고유의 특징과 스포츠 모델의 다이내믹한 동력 성능을 감각적으로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럭셔리하고 심플한 인테리어를 위해 센터페이서 스위치 버튼을 기존 모델 대비 50% 줄였다. 대부분의 차량 기능은 8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통해 조작할 수 있어 직관적이다. 이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차 중이거나 저속 주행 중일 때는 물론이고 고속 주행 시 복잡한 조작 버튼은 운전자에게 큰 심적 부담을 준다. 이것은 새 차든 오래된 ‘애마’든 마찬가지다. 언젠가 자동차 제조사들이 센터페이서 조작버튼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자주 사용하는 버튼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조리 메뉴 버튼 아래 숨겨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내도 꽤 넓다. 기존 모델 대비 178㎜가 늘어난 휠 베이스(바퀴 축 간 거리) 덕분에 실내가 더욱 넓어졌다. 뒷좌석 무릎공간도 24㎜가 늘었다.
랜드로버의 혁신적인 초경량 알루미늄 기술은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에 완벽하게 적용됐다. 경량화와 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뉴 레인지로버에 이어 고강도 ‘AC 300 알루미늄’ 구조를 채택했다. 이를 통해 기존 모델 대비 420㎏의 무게를 줄였다. 소비자는 이런 것을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안전해지긴 했는데 무게가 무거워졌다’와 같은 말은 통하지 않는다.
주행 성능을 따질 필요가 있을까. 1억3000만원에 육박하는 자동차가, 그것도 ‘스포츠’라는 이름을 단 차가 잘 달리지 못한다면 문제겠지만 적어도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3.0리터 SDV6 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 출력 292마력, 최대 토크 61.2㎏·m를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7.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새벽 시간 아무도 없는 도로를 달렸음에도 차가 시속 230㎞에 도달했을 때 도저히 긴장감을 견딜 수 없어 더 달리려는 차의 고삐를 당겼던 기억이 생생하다. 번개같이 변하던 8단 자동변속기도 인상적이었다. 레인지로버 라인업 중 유일하게 커맨드시프트 2를 탑재해 스포티한 주행 성격을 강조했다. 좁은 간격으로 설정된 8개의 기어비는 0.02초 내에 변속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