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는 국가의 전반적 프레임을 창조경제에 맞게 재설정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왜 창조경제인가.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모방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모방경제 시대에는 후진국이 중진국을, 중진국은 선진국 성장모델을 모방하고 그것을 극대화하며 성장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소니·노키아·애플을 벤치마킹해 성장했고 현대자동차는 도요타나 제너럴모터스 등 선진국 기업을 모방해서 여기까지 왔다. 이 방식으로 한국경제는 6·25 전쟁 이후 60년간 세계 11번째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며 엄청난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우리보다 모방을 더 잘하는 나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국이다. 중국에는 삼성전자와 같은 회사가 10개가 넘는다. 현대자동차와 같은 회사는 30개가 넘는다. 중국의 거센 추격이 한국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10년 전에 누가 소니가 무너지리라 생각했던가. 5년 전에 누가 노키아가 무너지리라 생각했던가. 그런데 소니, 노키아가 무너졌다. 소니와 노키아 몰락은 일본과 핀란드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다. 이는 우리에게 기존 성장모델만 의존해서는 지속적인 성장 동력이 나오기 어렵다는 시사점을 안겨준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창조경제로 가야 한다.
한 사회가 지속해서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의 핵심 요소인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다. 도전과 혁신에서 나오는 창조력과 상상력은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데 제일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도전과 혁신은 과거 관료주의나 갑을 문화에서는 절대 피어날 수가 없다. 상대적으로 개인, 스타트업, 벤처기업 같은 곳에서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 작은 곳에서 태동한 역량을 대기업, 정부의 기획력과 지원을 더해 개방형 혁신을 이루는 것이 창조경제로 가는 지름길이다.
개방형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해 창조적인 인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창업이 활성화되고, 혁신이 일어나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건강한 창업 문화가 필요하며 창업 교육과 기업가정신 교육이 아동기부터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창업문화의 자연스러운 체득이 이뤄지고 창업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육시스템을 다양성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국내의 수많은 창업자는 한두 번의 사업 실패로 신용 불량자로 전락하고, 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업은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이 훨씬 많다. 한 번 실패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누구도 창업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가장 똑똑한 젊은이는 고시공부를 하거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등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한다. 실리콘밸리 창업시장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실패에 대한 관용이다. 유럽에서 빌 게이츠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에 있다고 유럽연합이 스스로 분석했다. 국내 많은 청년이 창업에 뜻을 품고 있다고 하더라도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도 역시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에 있다.
창조경제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민간과 정부가 합동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 청년들은 과거의 틀을 깨고 창업에 뜻을 품고 이를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창업지원제도의 체계적 통합 운용으로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지난달 출범한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 발족은 의미가 아주 깊다. 추진단은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중요한 시작이다. 말로만 창조경제를 지향해서는 안 된다. 창조경제 개념의 창시자로 알려진 존 홉킨스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창조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창조 역량을 찾아내는 노력을 해야 하고, 정부가 개개인의 창조역량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창조경제추진단이 이 같은 문화 조성에 큰 몫을 하리라 기대하며 대한민국이 창업대국으로 발전하도록 힘써주기 바란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 gobest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