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후폭풍을 맞은 세계 디지털카메라 시장 타격이 예상보다 심했다. 관련 업계는 고급 기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지역 별로 맞춤형 제품 전략을 펴면서 만회를 꾀하지만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20일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디지털카메라 업계 7개사의 판매 대수 집계 결과를 보도했다. 캐논과 니콘, 소니를 중심으로 한 7곳은 세계 시장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통계가 업계 전체의 흐름이라고 하기에 충분하다.
2012년 9003만대 수준이던 7개사 디지털카메라 판매량은 2013년 6423만대로 28.6%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말에는 7000만대 턱걸이를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더 나빠졌다. 렌즈 교환이 가능한 고급 제품보다 보급형 콤팩트카메라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예를 들어 캐논은 고급 제품 판매가 2012년 820만대에서 2013년 765만대로 6% 정도 줄었지만 콤팩트카메라는 같은 기간 1830만대에서 1320만대로 28%나 하락했다.
콤팩트카메라 판매 급락은 스마트폰 보급 탓이다. 스마트폰 카메라 화소가 1000만을 넘어서면서 콤팩트카메라와 견줘도 손색없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여기에 손떨림 방지처럼 고급 기능도 더해지면서 설 땅이 더 좁아졌다. 올해도 콤팩트카메라 부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협회는 2014년 콤팩트카메라 세계 출하량을 올해보다 26% 낮은 3380만대로 예측했다. 1억대를 넘었던 2008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드는 수치다.
더 이상 밀리면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느낀 디지털카메라 업계는 대책 마련에 바쁘다. 니콘은 세계 공통 원칙을 포기하고 지역에 맞는 제품을 개발할 방침이다. 스마트폰 보급 속도가 빠른 신흥시장은 스마트폰과 기능 면에서 연동되는 렌즈 교환식 제품을 내놓는다. 이토 준이치 니콘 부사장은 “디지털카메라 관련 앱을 개발한 현지 기업의 인수나 제휴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캐논은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힘을 쏟는다. 현재 130곳 안팎인 자사 제품 전문점을 2015년까지 300곳으로 늘린다. 소니는 경쟁력 세계 최고인 자사 이미지센서 경쟁력을 살려 미러리스 카메라에 집중한다.
캐논과 니콘은 그나마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파나소닉과 올림푸스는 적자에 빠졌다. 모두가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판매 하락을 반전시킬 뾰족한 묘안이 없어 업계 재편 가능성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일본 디지털카메라 업계 판매 추이(단위:만대) / 자료:니혼게이자이>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