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액 1조원 클럽에 진입한 발광다이오드(LED) 업체 서울반도체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핵심 경영진이 바뀌면서 LED 업계에서는 그 배경에 관심을 쏟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반도체(대표 이정훈)는 최근 부사장급을 포함한 임원 5명을 전격 교체했다. 마케팅 및 인사담당으로 삼성전자와 경영컨설팅 업체를 거친 신영욱 부사장을 선임했다. 지난해 영입한 이호신 경영혁신본부 총괄 부사장과 함께 조직개편 등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조명사업본부장(사장)은 사임했다.
서울반도체는 조명 영업을 강화하는 등 후속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영업 인력을 적게는 50명, 많게는 1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핵심 보직에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력을 추가 영입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반도체가 구조개편에 돌입한 것은 외형 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이유로 보인다. 현재 발광다이오드(LED) 칩·패키지 업계 4위에서 4년 내 1위, 매출액 5조원으로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기존 중소기업형 구조로는 글로벌 업체와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최근 클라우드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손실을 실시간으로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체계적인 재고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LED 업계에서는 이정훈 대표가 높은 목표를 설정한 뒤 고삐를 더욱 강하게 죄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것 아니냐며 의아하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명 시장은 점진적으로 성장하는데다 완제품 내부시장(캡티브마켓) 없이 판매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반도체가 1조원대 회사로 도약한데는 기존 LCD 백라이트유닛(BLU) 위주의 사업 구조를 조명 사업으로 옮긴 영향이 컸다. 이번에 물러난 조명사업부장이 조명 사업 확대의 일등공신이라는 걸 고려하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조직 개편이다.
조기 외형 확대를 위해서는 생산능력도 확충해야 하지만 LED 칩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는 아직 대규모 유기화학금속증착(MOCVD) 장비 증설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조직 전반에 변화가 필요해 경영진 개편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