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역량이 취약하다.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의 재도약과 글로벌화를 이루는 데 R&D 투자를 이끌어낼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내놓은 ‘1000대 기업의 R&D 투자 동향 분석’에 따르면 중견기업은 R&D 투자 규모, 증가율, 집중도 등 대부분 지표에서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기준 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 가운데 중견기업 261개사 투자 규모는 2조4450억원으로 대기업(180개사·30조2770억원)과 중소기업(559개사·2조8410억원)을 밑돌았다.
2012년 투자 증가율도 전년 대비 3.1%로 가장 낮았다. 같은 기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R&D 투자는 각각 13.8%, 9.5%씩 증가했다. 중견기업의 투자 증가율은 지난 2010년 18.3%까지 올랐지만 2011년 0.5%로 떨어진 이후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중견기업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인 R&D 집중도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미치지 못했다. 중견기업의 R&D 집중도는 2.29%로 대기업(2.92%)과 중소기업(7.05%) 수준을 하회했다.
중소기업이 초기 사업화와 시장 안착을 위해 R&D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성숙 단계에 접어든 중견기업은 상대적으로 R&D 투자에 소극적 자세로 임하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 중견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일이 적은 것도 또 하나의 이유로 해석됐다.
차동형 산업부 산업기술정책관은 “중견기업이 지속 성장을 이어가려면 꾸준한 R&D 투자로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며 “향후 R&D 정책 수립 때 이 같은 점을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