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000대 기업의 R&D 투자액 35조5640억원 가운데 대기업이 30조2770억원으로 85% 비중을 차지했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R&D 투자액은 각각 2조4450억원, 2조8410억원으로 대기업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은 투자 증가율 측면에서도 중소·중견기업을 웃도는 모습을 보였다. 대기업의 2012년 R&D 투자는 전년 대비 13.8% 증가했다. 중소기업은 9.5%, 중견기업은 3.1% 증가율을 기록했다.
연도별 투자 추이는 기업 규모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2008~2012년 기간중 지난 2010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R&D 투자 증가율은 각각 19.0%와 18.3%에 달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같은해 R&D 투자가 4.5% 늘어나는데 그쳤다. 중소기업은 오히려 지난해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대기업의 전방 투자 효과가 뒤늦게 나타났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표본이 많지 않은 탓에 향후 추이를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R&D 집중도는 중소기업이 가장 높았다. 2012년 중소기업의 R&D 집중도는 7.05%로 대기업(2.92%)과 중견기업(2.29%)을 크게 웃돌았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비해 매출 규모가 작은데다 R&D 초기 투자 단계에 있는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추이를 살펴보면 중소기업 R&D 집중도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5% 수준을 맴돌다 2012년에 7%대로 솟아올랐다. 대기업 R&D 집중도는 지난 2008년 2.52%를 기록한 후 매년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상승했다.
R&D 투자 지표상으로는 기업 집단 가운데 중견기업이 가장 취약한 상황이다. 중견기업은 R&D 투자 규모, 증가율, 집중도 등 모든 지표에서 중소기업에 못 미쳤다.
우리나라 기업은 어느 정도 성장 국면에 접어든 이후에는 공격적인 R&D 투자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기 보다는 현 상황에 안주하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해석됐다. 중견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 나아가 대기업 수준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견기업의 R&D 집중도는 지난 5년간 2%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종업원 1인당 R&D 투자액도 중견기업은 1800만원에 그쳤다. 중소기업(3500만원)과 대기업(3200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1인당 R&D 투자액은 매년 증가했다. 중견기업의 1인당 R&D 투자액은 지난 2008년 1200만원대에서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R&D 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이서 1인당 R&D 투자액 증가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기업별로는 2012년 R&D 투자액 기준으로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한국수자원공사·SK하이닉스가 상위 5위권에 들었다. 기아자동차·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한국GM·포스코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KIAT가 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2012년 감사보고서를 기반으로 R&D 투자액을 집계했다. R&D 투자액은 자산과 비용 처리된 것을 총합해 산출했다. 기업 규모는 △대기업(종업원 1000명 이상) △중견기업(300~999명) △중소기업(299명 이하)으로 분류했다. 앞으로 산업부는 정기적으로 민간 R&D 투자 동향을 분석·점검해 관련 정책 수립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