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대형 사고를 막는 건전성 관리기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국내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참사가 일어날 때 마다 미리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고 의문을 갖는다. 어떤 사고든지 그것을 100%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 기술로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강구할 수 있다. 기존 시설이나 장비를 운영유지(O&M)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이던 정비 기술이 필요한다. 시설이나 구조물 정비는 고장이나 파손 후에 수리하는 사후 정비나 예방 정비가 지금까지 알려진 일반적인 정비 방법이다.

[사이언스 온고지신]대형 사고를 막는 건전성 관리기술

그러나 이런 정비 방법은 주로 사람에 의존해 인간 오류에 의한 사고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결함과 무관하게 정비 주기에 의해 장비나 기기를 중지하고 부품을 교체해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로 최근 ‘고장 예지 및 건전성관리(PHM)’ 기술 관심이 높아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이 활발하다. 국제적인 PHM 학회도 2009년에 창립돼 매년 국제학술지(IJPHM)를 발행해 관련 논문을 누구에게나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IEEE 릴라이어빌리티 소사이어티는 매년 PHM 국제학술대회를 주관해 항공, 군사, 자동차 전장, 구조물, 컴퓨터산업, 클라우드 컴퓨팅, 원자력발전, 의료장비 등 각 분야에 대한 PHM 관련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PHM은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정비만 하는 예측 정비 즉 상태기반 정비(CBM)가 가능해 시스템, 구조물과 기기(SSC)의 열화 정도와 잔존수명(RUL)을 예측해 치명적인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요시 상태에 따라서 정비해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고장예지 기술은 1980년대 영국에서 헬기 사고율이 항공기보다 30배 이상 높아 이를 줄이기 위해 연구가 시작됐다. 1990년대에 헬기 건전성 상태를 관찰하는 HUMS(Health & Usage Monitoring System)를 개발해 운용해 사고율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2000년대에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국(DARPA)이 구조 건전성 예지시스템과 상태정비(CMB)프로그램을 차세대 통합전투기 사업인 F-35개발에 적용하여 정비 단계를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PHM은 일반적으로 데이터, 모델 기반과 하이브리드 방법이 있다. 데이터기반 방법은 특별한 물리모델을 쓰지 않고 주로 측정 데이터를 사용하고 모델기반 방법은 파손 또는 열화거동을 나타내는 물리모델을 사용해 모델을 측정데이터와 결합해 모델 파라미터를 식별한다. 하이브리드 방법은 위의 두 가지를 결합해 예측성능을 개선한 것이다.

PHM 적용에는 하드웨어 비용으로 산업체보급이 제한적이지만 비용이익분석(CBA)은 기존 보수방법에 비해 PHM을 적용한 CBM이 더 많은 비용 절감을 보여줘 앞으로 PHM 보급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성에 제출된 PNNL-21515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의 기존원전(가동원전 104기)의 모든 주요장비에 PHM을 적용하면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해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에 매우 고무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PHM기술 연구는 서울대 공대 기계항공공학부 윤병동 교수 연구팀이 서스펜션 데이터를 이용한 기계수명 진단법에 관한 논문으로 IEEE 릴라이어빌리티 소사이어티로부터 PHM분야 최고 논문상을 수상하는 등 연구수준은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현장 적용은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장비나 시설의 수명을 연장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매우 경제적일 수 있다. 일례로 원전도 새로운 원전건설 대신에 기존 원전의 수명연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환경론자 반대도 있어 더욱 설득력이 있다. 이 경우 PHM 기술을 원전에 적용하여 원전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여 원전의 치명적인 사고를 줄일 수 있다면 원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박석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ReSEAT 프로그램 전문연구위원 jhonpark@resea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