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in 라이프]담배

최근 담배를 둘러싸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지난 1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청소년 흡연을 문제 삼으면서 담뱃값 인상을 검토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흡연과 관련한 사업비용은 건강증진기금으로 편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담뱃값이 오를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담배 및 주류의 가격 정책 효과’에 따르면, 흡연가는 현재 담배 판매가격 2500원 수준에서 3.6배 높은 8943원이 되면 금연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금연을 위해 담뱃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세수 확보를 위해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 담뱃세를 409원 올린 후 10년째 동결된 상태다.

#나라별로 담뱃갑에 적혀있는 경고 문구에 차이가 있다. 해외에서는 효과적인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구강암과 폐암에 걸린 환자나 환부 사진을 적나라하게 찍어뒀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점잖은 편이다. ‘담배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클로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있습니다’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정도다. 비흡연자는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경고 사진와 문구의 심각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 입증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간접흡연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비흡연자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흡연자는 담배가 기호품인 만큼 ‘흡연권’이 보장돼야한다고 말하지만, 비흡연자 입장에서는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풍기는 담배연기를 참을 수 없다.

#이달 미국에서 간접흡연이 직접 흡연 못지 않은 독성을 가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이끌고 있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 대학 마누엘라 마르틴스 그린 세포생물학과 교수는 간접흡연에 노출되면 간과 폐에 상당한 손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으로 입증했다. 쥐 실험에서 간접흡연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 실험한 결과 담배 연기에 노출된 쥐는 간에 지방이 쌓이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나타났다. 간경화, 간암,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피해를 입은 것이다.

폐에 콜라겐이 지나치게 생성되면서 염증표지 단백질(사이토킨)도 함께 증가했다. 폐섬유화를 촉진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같은 염증이 생겨 심각한 폐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간접흡연을 한 쥐는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 회복이 늦어지고 과잉행동 장애 증상도 보였다.

#흡연자는 암과 당뇨병 등의 위험이 높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스웨덴의 한 연구진은 흡연 때문에 인간의 유전자가 변형돼 질환이 발생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아사 요한손 웁살라 대학 임상연구센터 박사는 지난해 말 흡연이 건강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쳐 후생유전학적 변화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후생유전학적 변화는 유전자 자체인 DNA 염기서열은 변화 없는 상태에서 DNA메틸화 같은 DNA 구조 변화로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요한손 박사는 일반 흡연자와 연기가 없는 무연 담배 사용자의 유전자 비교 분석결과 일반 흡연자 유전자에서 변이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무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담배 자체가 아니라 담배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수백가지 성분이 유전자 변이를 촉진 시킨다고 의미다. 변이된 유전자는 암, 당뇨병뿐 아니라 면역반응, 정자의 질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유전자라는 것이 요한손 박사의 설명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