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에너지 자원의 한계성을 인식함과 동시에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거환경인 빌딩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지에 대한 많은 토론이 이뤄졌고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최근 우리나라 대형 건설사와 빌딩자동제어 관련 시스템통합(SI) 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에너지 수요관리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거나 IT 기반 에너지 서비스기업(ESCO) 시범사업에 참여하며 에너지 절감 및 진단, 컨설팅 사업, 에너지 설비 및 시스템 구축 사업 등을 전문 기업들과 함께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다. 유럽에서는 빌딩에서 소비하는 에너지가 전체 수요의 40%,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의 30%를 차지한다는 집계가 공식 발표돼 최근 들어 빌딩자동화 시장이 더욱 급부상했다. 지난해 빌딩자동화 시장의 매출액은 무려 19억 달러에 달하였고 2017년에는 25~27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구 에너지의 최대 소비자임과 동시에 환경오염의 주범인 빌딩이 어떻게 하면 두 마리의 토끼들을 동시에 잡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솔루션들 중에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이다. 이는 건물 에너지 관리 설비들의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건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통합·관리해준다.
얼마전 국토교통부는 매년 반복되는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온실가스의 감축을 위해 BEMS 보급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기술 표준화 및 인증 기반 마련, 기술개발 및 전문인력양성, 보급촉진 및 신규시장 창출 등의 3개 분야와 6개 세부 실천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최근 건물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유지 및 관리비용을 줄이려는 시장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 향후 BEMS 분야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바로 기술표준화다. 현재 에너지효율관리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들마다 BEMS의 운영방식, 구축범위, 통신체계 등이 상호 호환성이 없고 측정기준도 일관성이 없다. 표준이 정립되면 다양한 빌딩의 에너지 효율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또 기술 개발과 시장가격 형성까지 일관성을 기할 수 있다.
표준화를 위해서는 경쟁을 떠나 관련 업계가 BEMS의 현실과 문제점을 똑바로 인식하고 같이 해결하려는 백의종군의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강력한 리더와 백업조직을 갖추는 것이다. 당장의 기업수익 활동과 거리가 멀더라도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
현재 국토해양부와 에너지관리공단 등이 참여해 BEMS KS규격 표준화 1차안을 만들고 ECOSIAN이 일부 대학과 컨소시엄의 형태로 추진하고 있는 BEMS 적용사례 연구 및 고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BEMS 관련 공청회 및 세미나 등도 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빌딩자동제어 부문에서 난무했던 다양한 통신체계와 언어는 결국 절대 필요에 따라 통합해 표준 프로토콜과 표준화된 규격을 도출해냈 듯 이제 우리 기업들도 소명의식을 갖고 표준화 작업에 적극 동참해야한다. BEMS를 KS 표준, 나아가 국제 표준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정광연 지멘스 빌딩자동화사업본부 이사 gwangyoun.chung@sieme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