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근절 ‘약속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국민과의 약속이 지도자의 제1 덕목이며 갖춰야 할 가장 큰 콘텐츠’라고 강조해 왔다. 사소한 약속도 지키려는 노력을 보였다. 박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부터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평가를 받아온 배경이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직후 이명박정부의 낙하산 인사 실태를 비판했다. 전문성 없는 인사를 공기업·공공기관장으로 임명하면 국민과 다음 정부에 큰 부담이 된다고 했다. 업무와 무관한 정치 낙하산을 없애고 전문성 있는 인재를 공공기관장으로 임명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다른 공약은 차치하더라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근절’이라는 약속은 잘 지켜졌을까. 적어도 지금까지의 답은 ‘아니다’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1년 동안 공기업 30곳을 비롯한 304곳에 이르는 공공기관에는 무수한 친박 인사와 새누리당 관계자, 선거캠프 출신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 인사가 전문성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과거 정부가 수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지켜온 ‘보은인사’ 관행을 그대로 답습했다. 달라진 것은 그동안 낙하산 인사가 기관장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감사와 사외이사까지 폭넓어졌다는 점이다. 낙하산 인사가 더 심해졌다.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장 인사를 보면 여실히 나타난다. 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에너지와 상관없는 정치인 출신이다. 한국전력에도 친박계 새누리당 정치인 출신이 무더기로 상임감사와 사외이사 자리를 꿰찼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도 새누리당 출신 인사가 감사를 맡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주 결정된 전기안전공사 사장과 광물자원공사 상임감사, 한국동서발전 상임감사위원 임명이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 출신이다. 임명 시점도 절묘하다. 이들 인사가 임명된 날은 20일과 21일이다. 공교롭게도 20일은 기획재정부가 대통령에게 공공기관 임원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낙하산 인사 방지대책을 보고한 날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말도 무색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