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창조경제 주도 세력이 없다

[신화수 칼럼]창조경제 주도 세력이 없다

내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한 돌과 함께 창조경제도 2년차에 들어간다. 공무원마다 지난해 입에 달고 산, 박 대통령 아이콘이다. 올해 구체적인 정책을 쏟아낼 때다. 그런데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낫겠다. 1년 전 이맘때와 다를 바 없이 창조경제 방향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실행 주체는 그때보다 더 모호해졌으며, 힘까지 빠졌다.

일본, 중국, 영국, 미국, 호주 등 각국 정부가 창조경제와 비슷한 정책을 편다. 우리나라만의 차별성이 하나 있다. 특정 산업 육성과 창업에 집중하는 외국과 달리 모든 산업을 망라해 경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겠다는 혁신이다. 사실상 혁명에 가까운 개념이다.

혁명은 한마디로 갈아엎는 것이다. 기존 지배층 중심 제도, 관행,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일이다. 경제 혁명이라면 중소벤처기업보다 대기업, 산업보다 금융이 지배하는 경제 질서를 거꾸로 다시 짜는 일이다. 당연히 기득권 세력이 저항한다.

창조경제 구상이 이런 혁명 개념까지 간 것은 아니다. 기존 경제 지배층 힘이 워낙 센 상황에서 함부로 손댔다가 경제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박 대통령 선택은 개혁이다. 연두 기자회견에서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다. 기존 틀 안에서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창조경제 기반 경제로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것만 제대로 해도 대단한 성공이다. 하지만 기존 틀 안에서만 바꾸려고 하니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비정상의 정상화’의 대표 사례인 공기업 개혁은 방만 경영을 야기한 구조적 문제보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와 같은 파생적 문제 해결에 집중됐다.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 혁신도 정작 혁신이 활발한 중소벤처기업을 변두리로 내쳤다. 구심체라는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만 봐도 정부와 대기업 인사 일색이다. 이러니 창조경제 논의보다 대기업 규제 완화 주문만 쏟아진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과 뭐가 다른지 헷갈린다. 하기야 창조경제 자체가 핵심 국정과제였다가 경제혁신 수단으로 한 단계 격하됐다. 이런 푸념도 사치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안에서도 창조경제 주체 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분명 있는데 잘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창조과학부라고 믿는다. 이 부처 생각은 다르다. 기획재정부가 컨트롤타워이며, 미래부는 부처 간 협력을 이끌어내는 간사(코디네이터)로 여긴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지난달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으니 팩트다.

할 일만 놓고 보면 기재부가 창조경제 주무부처로 손색이 없다. 핵심인 혁신과 창업을 북돋는 정책 대부분이 기재부 손안에 있다. 관련 예산까지 배분한다. 그런데 기재부는 옛 경제기획원과 같은 기획 본능을 잊은 지 오래다. 재정과 금융정책만 익숙하다. 금융 개인정보 대란에서 확인했듯이 금융정책만 해도 버거워 보인다. 금융산업 생태계에 갇혔다는 비판도 이제 식상하다. 금융은 창조경제가 백안시하는 ‘혁신 없이 이익’을 거두는 대표적 산업이다. 이런 산업에만 익숙한 부처에서 획기적인 창조경제 정책이 나오기 힘들다.

이전 세 정권은 각각 IT벤처산업육성, 과학기술중심사회, 녹색성장의 추진 주체로 위원회를 신설해 추진했다. 기존 부처 한계를 알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미래부 신설에다 민관합동창조경제기획단 운영까지 이전 정권보다 더 강력한 추진 주체를 만들었다. 정작 힘이 실리지 않는다. 경제기획원처럼 창조경제를 힘 있게 기획하고 추진할 조직을 따로 만들든지, 미래부에 그 힘을 몰아주든지 해야 하다. 이 선택이 빠르면 2년차 창조경제 정책 기대치는 다시 높아진다. 진정한 창조경제 주도세력인 민간 창조계급도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