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럽기만 한 미국 벤처 M&A 신화

지난주 가장 뜨거운 세계 기술산업 뉴스는 미국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 발표였다. 인수금액이 무려 190억달러다. 2000년 이후 단일 기업 인수로는 최대 규모다.

와츠앱은 카톡과 라인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카톡, 라인보다 단순하지만 광고나 마케팅, 게임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따로 없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다. 유일한 유료서비스임에도 창업 4년만에 세계 4억5000만 가입자를 끌어 모은 이유다. 이 회사가 페이스북으로 넘어가면서 특히 동남아 시장 성공을 발판으로 유럽과 북미 지역으로 라인 사용자를 확대하려던 네이버는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페이스북의 인수금액을 놓고 거품론이 번졌다. 별다른 수익원도 없는 모바일메신저 사업을 인수하는 데 너무 많은 금액을 썼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시장에서 구글에 ?긴 나머지 너무 무리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페이스북이 2012년 사진공유업체 인스타그램을 인수할 때 12억달러를 쓴 것과 비교하면 너무 과다한 편이다.

놀라운 것은 와츠앱이 고작 50명 안팎 직원의 스타트업이라는 점이다. 인스타그램도 인수 당시 직원은 10여명에 불과했다. 구글, 애플 등 다국적 기술기업들이 인수합병(M&A)하는 기업이 대부분 이렇게 작다. 우리 시각으론 이런 기업에 조 단위 인수자금을 쓰는 행위 자체가 낯설고 이상하다. 인수할 것도 없이 그냥 핵심 직원 몇 명만 데려 오면 될 텐데 하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런 짓을 했다가 불공정행위로 적발되면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한다. 또 M&A 시장에 아예 발을 끊어야 한다. 미국 기업은 막대한 인수자금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쓴다.

정부가 벤처 생태계 구축을 위해 M&A 활성화를 추진한다. 역삼각합병 허용, 대기업집단 소속 사모펀드(PEF)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유인 정책을 모색한다. 그렇지만 국내 벤처기업을 인수할 때 제값을 주지 않을 방법이 수두룩하다. 벤처기업 입장에선 대기업이 제값주기는커녕 그냥 살려주기만 해도 감지덕지다. 이러니 와츠앱의 M&A 성공 신화가 부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