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케이블 인터넷 사업자 컴캐스트와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속도 향상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인터넷 인프라 구축 비용을 분담하라는 통신업체의 요구를 콘텐츠 서비스 업체가 수용한 것이서 세계 정보통신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금까지 각국 주요 통신업체는 엄청난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하는 비디오 서비스 업체나 스마트TV 업체가 통신망에 무임승차해서는 안 되며 인프라 구축 비용을 분담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해 왔다.
컴캐스트는 23일(현지시간) 넷플릭스 사용자가 서비스를 더 빠른 속도로 즐길 수 있도록 인프라를 보강하는 내용을 포함한 다년 계약을 넷플릭스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서버가 컴캐스트 가입자가 이용하는 인터넷 통신망과 직접 연결됐다. 연결 속도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컴캐스트는 밝혔다.
양사는 협약의 상세한 조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발표된 협약 내용으로 볼 때 당연히 넷플릭스가 이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사가 이런 협약을 체결한 것은 넷플릭스 서비스가 엄청난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해 인터넷 통신망에 매우 큰 부담이 돼 왔기 때문이다.
피크 시간대에 넷플릭스가 미국 전체 인터넷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이른다. 이 때문에 미국의 주요 통신업체는 ‘트래픽 유발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라’고 넷플릭스에 압력을 가해 왔다.
넷플릭스 서비스의 속도도 올해 들어 계속 느려지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이에 대해 통신업체는 넷플릭스 서비스를 일부러 느리게 만든 것은 아니라고 해명해 왔다.
미국에서 가장 큰 케이블 기반 TV·인터넷 사업자인 컴캐스트 가입자는 2300만 가구에 이fms다. 현재 진행 중인 타임 워너 케이블의 인수 작업이 완료되면 가입자가 3400만 가구로 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넷플릭스가 현재 미국 최대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과도 같은 내용의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정보통신 규제 제도와 현황이 한국 등 다른 나라의 관련 정책 입안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터넷 트래픽 수익자 부담 원칙’이 우리나라 통신업계와 스마트TV 업계 사이의 힘겨루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지난 2012년 2월 KT는 ‘네트워크 무임승차를 막고 적정한 망 이용 대가를 받겠다’며 삼성 스마트 TV 서비스 트래픽에 대해 닷새간 접속제한 조치를 취했다가 해제한 적이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