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만으로 열정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박준성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가 그랬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수준은 선진국에 한참 뒤떨어졌다고, 하지만 희망은 있다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쏟아내듯’ 제시하는 말투에서 열정은 온전히 전달됐다.
그간의 행보도 열정을 증명한다. 미국에서 교수로, 삼성SDS에서 CTO로, 다시 KAIST에서 교수로 활동해온 그는 지난해 국제협회 시맷(SEMAT)의 회장으로 활동 보폭을 넓혔다. 지난 2009년 설립된 시맷은 세계 유수 SW 공학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회다. 작년 10월 미국에서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하고 활동을 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시맷코리아가 설립됐다.
박 교수는 “시맷은 SW 개발 방법론 제정을 위한 표준 언어·플랫폼인 에센스(ESSENCE)를 개발했고, 에센스는 SW 부문 사실표준 기구 OMG의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며 “에센스를 세계 산업·연구 분야에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W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공학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게 박 교수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는 대기업도 공학 수준이 낮으며, 오히려 CEO가 SW 전문가인 일부 중소기업이 나은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SW 산업 육성 정책에서도 공학 부문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국내 SW 기업은 공학 방법론과 도구의 활용이 부족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수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선진 SW 공학 방법론과 기법, 도구를 훈련시키는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SW를 상품화하는 공학 역량이 낮으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교수로서 SW 교육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정부의 SW 교육정책은 거시적인 방향에서 옳지만 구체적이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늘려서라도 해외에서 검증된 강사를 영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SW 공학 훈련이 동반돼야 혁신적인 SW를 개발하는 인재 양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음악 수업을 받지 않은 사람이 교향곡을 작곡할 수 없듯 아무리 뛰어난 머리를 가졌어도 공학 훈련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견고한 SW를 만들기 어렵다”며 “구글 등 글로벌 선진기업들이 SW 공학을 철저히 관리하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