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21>공중 부양된 사업계획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고객은 이걸 좋아할 거야” “기존 회사는 이래서 못해” “나는 잘할 수 있어”.

상당수의 사업계획서는 이 같은 가설의 삼단 논리 비약으로 시작한다. 각 문장에 ‘왜’를 붙인 뒤 의문형으로 만들어 실험하고 검증하는 일이 스타트업의 핵심인데, 당연하다고 가정하고 그냥 넘어간다. 공동 창업자들이 모여 사업구상을 토론하면 즐거움이 넘친다. 삼단 논리비약에 취하면 세상에 안 될 것도, 무서운 것도 없다. 꿈은 무럭무럭 자라 아름답고 환상적이 된다. 사상누각을 짓는 줄 모른다.

스타트업 CEO가 묘사하는 제품들은 대체로 천상에만 존재하고 이 땅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쉽고, 편리하고, 싸고, 고객 취향에 꼭 맞춘 완벽한 제품이다. 그래서 잠재고객 설문조사에는 항상 압도적인 긍정의 결과만 나온다. 그런 제품이 있으면 나라도 당장 구매하고 싶다.

기술 중심 사업계획서는 대략 100페이지가 신기술 설명이다. 읽기도 힘들지만 혹시 그 기술이 현실 세계에서 작동할 가능성이나 적용 사례가 있을지 기대하며 읽어본다. 역시 끝까지 읽어도 어려운 기술 용어의 밀림과 실험실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에도 결론은 항상 고객이 좋아할 것이고, 세계를 정복할 것으로 맺는다. 중간 과정은 모두 생략되었다.

회원이 천만 명이 된 후에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그 잠재적인 힘과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런데 정작 천 명의 회원은 어떻게 모집하고, 만 명, 십만 명의 회원은 어떻게 모집할 것인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게 핵심인데 건너뛴다. 첫 번째 회원을 만족시킬 설득력 있는 이유가 없다면 천만 명의 회원은 있을 수 없다.

공통점이 있다. 과정은 생략하고 꽃과 열매에 초점을 맞춘다. 내가 가진 현실적인 능력과 위치는 보지 않고 사업의 화려한 면과 성공한 모습만 본다. 고상한 책과 창업 무용담을 너무 많이 접했다. 아는 것은 너무 많다. 창업가들은 공중 부양해 스티브 잡스와 토론하며 나라를 구하고, 세상을 변혁하고, 지구를 놀라게 할 방안을 고민한다. 정작 고객은 땅의 현실 세계에서 갈급한 작고 구체적인 필요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데….

꿈을 이루고 싶은가? 꿈에서 깨라.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