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ICT특별법 시행으로 정보통신전략위원회가 출범했다.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이라는 이름에서 보듯 정보통신전략위원회가 범국가적 차원의 정보통신 진흥과 융합 활성화 등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나갈지 세간의 관심이 크다.
정보통신전략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수장으로 기획재정부·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 등 11개 유관 부처가 참여하는 범국가 차원의 ICT 컨트롤타워를 표방한다. 부처나 기관별로 흩어진 ICT 연구개발(R&D) 지원 기능을 새롭게 체계화되고 관련 규제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전략위원회는 현 정부 출범 때 폐지한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의 정보화 관련 기능에 통신·융합 기능 등을 추가해 ICT 산업 전반을 다룬다. ICT 진흥 걸림돌을 해소하고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 등을 포함한 법, 제도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융합 기능을 가진 신기술이나 서비스가 나타나도 관련법이 없어 정부가 제대로 허가나 지원을 하지 못했던 문제 등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전략위원회 출범을 보면서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속의 정보통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해준 지난날의 노력을 되돌아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1994년 수립한 ‘초고속정보통신망 기반 구축 종합계획’이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를 3단계로 나눠 관련 서비스와 기술개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망·공중망·선도망 등의 범국가적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에 정부예산 2조5000억원을 포함, 총 30조원 규모의 야심찬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계획이었다. 첨단기술을 조기 확보하기 위해 선진국과 국제협력 및 표준화 활동을 강화함은 물론이고 CATV 망, 유휴 자가 통신설비 등 국가 통신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사업 추진에 민간 창의력과 활력 등 민간 역할을 중시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한 사항이었다.
정보통신전략위원회가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 다시 수십 년이 흐른 후 대한민국 정보통신 발전역사에 길이 빛날 업적을 남길 수 있을까. 먼 훗날 한국의 정보통신 재도약을 이끈 명실상부한 업적을 남기려면 다음 몇 가지를 반드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첫째, 정부가 모든 것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지금의 ICT 환경은 과거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계획을 논의하던 때보다 민간 역량이 엄청나게 신장했다. 국가 R&D 규모가 20조원이 안 되는 데 비해 기업의 총 R&D 투자는 60조원에 육박한다. 국가가 해야 할 선도적 차원의 기반조성과 선순환을 위한 시스템 정비 등을 넘어선 과도한 의욕은 자칫 민간의 창의활동을 위축시킨다.
둘째, ICT와 타 부문의 융합뿐 아니라 중장기적 ICT 핵심기술역량 창출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시장에서 가치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술이 있으면 하지 말라고 말려도 융합과 활용이 자연스레 일어나는 것이 시장원리다. 진실은 그냥 두어도 언젠가 밝혀진다(Truth reveals itself).
끝으로, ICT 부문의 선도적 발전이 미래 국가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련자의 역할과 체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1970년대에 설립한 국책연구기관의 발전적 차원의 미래지향적 역할을 재정립 등도 시급한 과제다.
모쪼록 정보통신전략위원회가 ICT 부문은 물론이고 미래 국가발전을 위한 새로운 항로를 제시하고 범국가적인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기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kipark@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