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약 2억명이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을 경험했습니다. 갤럭시가 스마트폰 산업을 이끌어 온 것입니다.”
23일(현지시각) 저녁,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이 윗옷 안주머니에서 신제품 갤럭시S5를 자신 있게 꺼내들었다.
그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은 외관상으로 여느 제품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지만 신 사장은 “카메라, 인터넷, 생활건강, 배터리 등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능에 신기술을 접목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이 추구해야 할 혁신을 재정의하고 본연의 기능을 살리는 것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신 사장은 갤럭시S5 공개에 앞서 22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폰 하드웨어 경쟁이 끝났다고 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특화기능은 대폭 상향, 부가기능은 타협
갤럭시S5에 담긴 기능을 살펴보면 신 사장의 발언은 적어도 기능별 특화 전략에서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5에서 특히 카메라 기능을 강조했다. 업계 최초로 1600만화소 아이소셀(ISOCELL) 방식 카메라를 적용했고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CMOS이미지센서(CIS) 모듈을 장착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 개발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을 최적·극대화했다”고 평가했다.
터치에서 실제촬영까지 0.3초 밖에 걸리지 않는 ‘패스트 오토 포커스’, 결과물을 보정하는 HDR 모드를 한 단계 진화시킨 ‘리치 톤 HDR’, 피사체와 배경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촬영 후에 선택하는 ‘셀렉티브 포커스’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해 만들어낸 디테일도 풍부하다.
최고 다운로드 속도 150Mbps를 지원하는 LTE 단말 규격 카테고리4와 5세대 와이파이(802.11ac), 다중 안테나(MIMO) 기술 등 네트워크 부문에서도 최신 버전 기술을 도입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빠지지 않는 지문인식 시스템을 시리즈 최초로 적용하고 스마트폰 최초로 심박센서까지 추가해 속도, 사용자경험(UX), 특화기능(카메라-피트니스)에서 하드웨어 기술력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에 방수·방진 등 부가기능은 실용적인 면에서 타협을 봤다. 갤럭시 액티브에 적용한 완전 방수 기능 대신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물기나 이물질을 막는 ‘IP67’ 수준 생활 방수·방진 기능을 적용했다. 램은 2GB로 갤럭시노트3에 비해 1GB 줄었다.
지문인식, 심박센서, 새로운 카메라 모듈을 적용하느라 전작에 비해 두꺼워지고 무게도 늘어났다. 갤럭시S5는 두께가 8.1mm, 무게는 145g으로 갤럭시S4에 비해 0.2mm 커지고 12g 무겁다.
통신사 관계자는 “차별점은 부각하고 나머지는 한 타임 쉬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모든 면에서 앞서 나간다기보다는 가격, 시장 요구사항 등을 고려해 스펙을 적절히 밸런싱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제품 파괴력 발휘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상황
신 사장은 이날 “신제품 가격은 통신사와 협의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S5는 가격과 크게 상관없이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짧고 통신사별 보조금이 적용되는 국내 시장에서 전작 수준 판매고를 어렵지 않게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시장 상황은 국내와 다르다. IDC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0억420만대로 2012년과 비교해 38.4%나 늘었다.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 사장 역시 “올해는 전체 시장 성장 자체가 굉장히 둔화돼 여러 가지 변화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4월 출시되는 갤럭시S5를 필두로 본격적인 올해 장사에 나선다. 신 사장은 22일 간담회에서 “올해도 전체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30% 이상인 점유율을 더 늘리겠다는 의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애플, LG 등 스펙 싸움에서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많고 화웨이, 레노버 등 중국업체 추격도 생각보다 빠르다”며 “특화 기능을 키우고 웨어러블 기기 다양화로 차별을 시도하는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
<갤럭시S5 사양>
<기어핏 사양>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