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50여명, 연간 매출 2000만달러의 기업 ‘와츠앱’을 190억달러(약 20조원)에 인수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가 “190억달러는 전혀 비싼 가격이 아니며 와츠앱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와츠앱이 매출 압박을 받지 않고 전 세계 더 많은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올해 2분기까지 지금의 두 배인 10억명으로 왓츠앱 가입자를 늘릴 것이라는 목표도 밝혔다.
24일 저녁(현지시간), 저커버그 CEO가 ‘피라 바르셀로나’ 메인 콘퍼런스 홀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좌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열광했다. 저커버그는 이번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조연설자다. “노 후디(No Hoodie)!” 일부 관객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후드 티셔츠를 입지 않았다는 것까지 신기해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한 날 같은 무대 선 저커버그·코움 “전 세계 인터넷 연결돼야”
저커버그는 아직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전 세계 인류의 3분의 2인 50억여명에게 보다 저렴한 인터넷 접속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8월 설립한 협력체 ‘인터넷.org’를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인터넷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응급통화(요금을 다 써도 제한 없이 사용 가능한 서비스라는 의미)’와 같은 기본 서비스”라며 “내 목표는 모든 인류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에릭슨과 ‘인터넷.org’ 지원을 위한 합작법인인 ‘이노베이션 랩’ 설립 사실도 새로 발표했다.
와츠앱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세상 모든 이를 연결하겠다는 내 비전을 왓츠앱과 공유했다”며 “와츠앱은 수익 모델이 거의 없긴 하지만 가입자 수를 고려하면 매우 소중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지난해 왓츠앱 매출은 2000만달러 수준이다.
공교롭게도 저커버그가 기조연설을 맡은 날 오전 세션에서 얀 코움 와츠앱 CEO가 발표자로 나섰다. 페이스북의 인수 발표 전에 만들어진 일정이었는데 MWC 2014가 개막하기 불과 10여일을 앞두고 두 회사의 M&A가 이뤄지면서, 서로 20조원을 주고받은 두 OTT 사업자가 한 날 한 곳에서 발표하는 진풍경을 낳았다.
코움 CEO는 이 자리에서 “무료 통화 기능을 추가하겠다”는 새로운 계획을 내놓았다. 그는 “차이나모바일 같은 대형 이동통신사처럼 더욱 많은 사람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품질에만 초점을 맞춰 메시징 부문의 리더가 됐으며, 음성도 같은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움 역시 저커버그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를 모두 연결한다는 페이스북의 목적에 합의했기 때문에 피인수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 “OTT는 파괴가 아닌 혁신”
‘인터넷 연결’ 자체를 수익원이라기보다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처럼 묘사하는 이런 철학은 OTT(Over The Top) 기업의 전유물이다. 이들은 망이 아닌 망을 통해 이뤄지는 서비스에서 수익을 추구한다.
두 OTT기업 대표의 발언은 아직 많은 이동통신사의 주요 수익원인 음성통화에 대한 OTT의 침투에 대해 이통업계가 고민이 아닌 대응책을 실행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페이스북의 와츠앱에 대한 지원은 그동안 자체적으로 진행됐던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산업의 새로운 전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OTT 기업이 아직 통신이 개발되지 않은 지역에서 전통적인 통신사의 경쟁 상대가 될 수도 있다. ‘파괴된 모바일, 도전받는 현재 상황’라는 첫 날 키노트 세션의 주제는 세계 이동통신사의 이해를 대변하는 MWC 주최 단체인 GSMA도 이런 위기의식을 피부로 느끼고 있음을 드러낸다.
우리나라 원조 모바일 메신저 기업 카카오의 이석우 대표도 코움과 같은 무대에 섰다. 이 대표는 와츠앱과는 다른 ‘모바일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카카오톡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카카오톡은 단순히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제공에 멈추지 않고 이모티콘, 사진과 동영상 공유, 그룹채팅 및 무료통화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며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 93%가 사용하는 기본 앱으로 자리잡았다”며 “우리의 사업은 파과가 아닌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기조연설 직후 기자와 만난 이 대표는 “아직 모바일 메신저 분야의 완전한 패권자가 없는 대부분 지역에서 카카오톡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벤처기업 혼자 힘으로는 시장을 뚫기 힘들기 때문에 통신사·인터넷기업 등 다양한 현지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M&A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OTT 기업 가입자 수
바르셀로나(스페인)=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