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한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출원했지만 지식재산(IP)을 적절하게 평가받지 못해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해외로 나간 중소기업이 기억난다. 그 중소기업에 투자회사를 소개시켜 준적도 있지만 투자회사는 기술 장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으니 현실적인 매출실적을 보여 달라고만 했다. 기업은 사업화를 위해 IP를 담보로 투자받고자 하는 것인데 매출실적을 보여 달라고 하면 결국 투자를 받을 수 없다. 안타까운 현실은 ‘IP 소유자가 기술 가치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투자자나 수요자를 만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
IP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객관적 기술 가치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해당 기관을 설립하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실 IP 시장 구축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정 기술의 가치는 평가주체에 따라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주관적 가치의 매칭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따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IP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급자와 수요자가 관련 정보를 축적하고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과 인프라가 중요하다. IP 소유자는 투자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자나 구매자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투자의 대상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정보 교환은 중개인 도움으로 개별적인 정보교환을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투자만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매매와 라이선싱도 마찬가지다. IP 시장 플랫폼과 인프라 구축은 초기 투자는 상당할 수 있겠지만 일단 정착이 되면 이후부터는 정부가 장기간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투자를 유도하거나 지원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허 괴물 탄생도 IP 시장 구축이 완성되기 전에 나타난 돌연변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만약 IP 시장이 활성화돼 현황을 검색할 수 있었다면 특허 괴물이 특허를 매점매석하기 전에 다른 기업은 필요에 의해 또는 방어적으로 IP를 확보했거나 아예 또 다른 사업을 위해 필요한 특허를 매입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IP 활성화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포함해 고려해야 한다. 해외 수출 시장은 과거 국부 유출로 인식해 주저하는 경향도 있었지만 국내에서 투자나 매매가 어려운 IP라면 해외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같은 제품에 제1 기술과 제2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제1 기술을 실시하고 제3국에서는 제2 기술을 라이선스 주는 사례도 있을 수 있다.
수출된 IP가 다시 국내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국내 IP 가치를 새롭게 볼 계기가 될 수 있고, 반대의 예도 가능하다. 이런 순환적 고리는 글로벌 경제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IP를 수출해 이익을 얻게 되는 기업은 그 이익을 새로운 IP 창출에 투자할 수 있다.
해외 수입 시장은 국내에서 아직 발전이 더딘 기술에 있어서는 기술 이전 의미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에 IP산업 발전에 의미가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출되는 IP 양은 엄청나지만 우리는 아직 이곳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시장 조사는 해외기업으로부터 우리 기업에 대한 공격에 미리 준비하고 역으로 우리기업이 해외에 대한 공격에 필요한 IP정보를 축적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
한미 FTA, 한-EU FTA의 체결 이후 글로벌 경제가 점차 확산되어 가고 있고 IP 교류도 더욱 활발해질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시장의 플랫폼과 인프라 구축은 IP를 창출하는 기업, 특히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 매우 중요한 지원이 될 것이다.
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WIPA) 조정욱 법무법인 강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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