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플레이스테이션4(PS4)’의 늦은 자국 출시가 몰락 위기에 처한 일본 게임 산업의 현주소를 나타낸다고 25일 가디언이 보고했다.
소니는 차세대 게임기 PS4를 지난주 주말 안방인 일본에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판매를 시작한 미국유럽보다 3개월 늦은 것으로 떠들썩한 공개 행사도 없었다. 구입을 위해 줄을 선 일부만 자국 판매를 반겼다. 아키하바라를 가득 채운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 경찰까지 나선 2000년 3월 PS2 공개 당시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가디언은 일본 게임 산업이 최고의 하드웨어 제조사와 게임개발사, 히트 게임을 거느린 10전과 비교해 초라한 현실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2002년 세계 비디오게임산업에서 일본 기업이 차지하던 비중은 50%였지만 현재는 10%에 그친다.
2002년에는 소니와 닌텐도, 세가, 코나미, 남코 등 일본 기업이 만든 게임이 세계 시장을 호령했지만 현재는 별다른 흥행작이 없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서양 개발사를 중심으로 게임 트렌드가 판타지 어드벤처에서 샌드박스와 1인칭 슈팅 게임으로 이동했지만 일본 개발사는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않았다. 서양 개발사는 대규모 예산과 오랜 기획으로 만든 할리우드 영화 같은 대작 게임을 대규모 마케팅 예산을 들여 성공시켰다. 일본 기업은 뒤늦게 장르 다변화를 꾀했지만 2000년 이후 이어진 긴 경기침체로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겼었다.
가디언은 “세가는 7000만달러(약 749억원)를 들인 ‘쉔무’에 기업 명운을 걸어야했지만 그 정도 자금은 유비소프트와 EA, 액티비전 등 서양 개발사에는 보통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자금 압박은 새로운 게임 개발사 발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서양 개발사가 유망 인디 개발사를 발굴해 든든한 지원을 하는 반면 일본은 인디 개발사 지원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은 PS4 게임 타이틀 수급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요시다 슈헤이 소니월드와이드스튜디오 대표는 “일본 개발사 중 PS4 게임 타이틀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석 달 전 미국 공개 당시 PS4 하루 판매량에 모든 관심이 집중됐지만 일본 판매 추이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이 “일본은 신제품 성공에 영향력을 미치는 시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