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포럼 2월 조찬간담회가 지난 25일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렸다. ‘콘텐츠 한류, 글로벌 성공 전략’을 주제로 한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해외 성공 방안이 집중적으로 모색됐다. 하회진 레드로버 대표가 북미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넛잡’의 성공 사례를 발표하고, 신형관 CJ E&M 상무가 국제 어워드로 부상 중인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를 소개했다.
이어 신용언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산업 실장, 곽덕훈 시공미디어 부회장, 김광용 투바앤 대표,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등이 패널로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창업투자회사, 은행 등 금융권이 애니메이션, 이러닝 등 콘텐츠 기업의 무형 콘텐츠를 자산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현실적인 주장이 제기됐다. 콘텐츠 제작사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도 자본력 없이는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곽덕훈 시공미디어 부회장은 콘텐츠 기업들이 좋은 콘텐츠를 많이 갖고 있어도 은행에서 자산으로 인정해주지 않아 대출 받기가 힘들다고 강조했다. 곽 부회장은 “국내 콘텐츠 기업들이 엄청나게 좋은 콘텐츠 갖고 있어도 금융권에서 자산 가치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눈에 보이는 디바이스는 인정해주지만 무형의 콘텐츠는 인정해주지 않아 재원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콘텐츠 기업의 특성을 잘 아는 콘텐츠진흥원이나 영화진흥위원회가 직접 문화 관련 콘텐츠 펀드를 운영해야 한다는 해결 방안이 제기됐다. 넛잡 제작사 하회진 레드로버 대표는 문화 콘텐츠 관련 펀드는 중소기업청법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문화 콘텐츠의 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중기청법에 따라 회사의 연혁과 상장 유무에 따라 인정, 비인정 투자로 나뉘는데 투자가는 망할 가능성 때문에 보통 7년 이하의 애니메이션 기업에는 투자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소애니메이션 회사들이 돈을 구하기 쉽지 않아 기술력이 있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꼬집었다.
하 대표는 애니메이션 업계의 힘든 현실을 거듭 말했다. 그는 “현재 2곳의 애니메이션 기업이 없어져서 우리 회사에 이력서가 100통이 넘게 들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도 스마트 시대에 들어섰지만 CPND 중 콘텐츠 분야의 수익 증가율은 제일 낮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CPND 융합이 됐지만 콘텐츠 산업의 하나인 디지털 음악 산업 규모는 작년 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콘텐츠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힘든 환경을 극복하고 콘텐츠 업계에서 수익을 창출한 사례들이 나왔다. 신형관 CJ E&M 상무는 콘텐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할리우드가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신 상무는 “CJ E&M도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MAMA)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 15년 동안 적자를 보면서도 노력했다”며 “지난해부터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용 투바앤 대표는 힘든 애니메이션 현실을 벗어나려고 한 방안이 라바의 성공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애니메이션은 TV를 통해서 방영되는데 중점을 많이 뒀다”며 “TV에 어떤 프로그램이 몇 시에 방영되는지에 따라 성공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투바앤은 방영되기 어려운 TV가 아닌 미용실, 버스, 지하철 등 스크린이 있는 곳을 짧은 슬랩스틱 애니메이션으로 공략했다. 라바는 현재 97개국에 나가고 있으며, 작년 라바 직간접 매출은 2000억원에 달하며 국산 애니메이션 성공의 정점을 찍었다.
정부도 콘텐츠 업계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용언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저작권, 아이디어는 인정받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자산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콘텐츠의 순환 생태계 만들려고 했으나 아직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CPND 수익 비중이 점점 합리적으로 콘텐츠 업계에도 잘 배분되도록 귀를 기울이겠다”고 답변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