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제조 중소기업 CEO A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다. 자사 도시락을 먹은 학생들이 집단으로 식중독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급히 임원회의를 소집했는데, 이런 일이 처음이다 보니 임원들도 당황해서 우왕좌왕했다. “일단 병원 방문부터?” “성명서부터 내야 하지 않을까?” “조사위원회부터 구성해야지!” 쏟아지는 의견에 A씨도 혼란스러운데, 벌써부터 기자들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는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 할까?
회사에 위기가 닥치면 대개 리더들은 ‘기자에게 뭐라고 변명하지?’ ‘소비자를 어떻게 달래나?’ 하는 생각부터 한다. 그러나 외부 대응에 앞서 할 일이 있다. 바로 내부 직원 관리다. 간과하기 쉽지만 내부 직원 관리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문제 상황처럼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기자들이 가장 먼저 접근하는 사람은 바로 그 회사의 직원이다. 예컨대, 평소 안전교육을 받았냐고 묻는 기자에게 어떤 직원이 “글쎄요. 특별히 교육을 받은 기억은 없는데요”라고 대답했다고 치자. 이튿날 신문에는 ‘집단 식중독 일으킨 OO식품, 평소에도 식품안전 교육에 소홀한 것으로 드러나’라는 기사가 실릴지도 모른다. 이런 기사는 사실 여부를 떠나 두고두고 회사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힌다.
내부 직원 관리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다. 위기 때는 직원들의 마음도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회사가 망할지 걱정되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업무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러한 상태를 방치하면 이미 발생해버린 위기보다 더 큰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위기상황 시 내부직원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위기상황과 관련된 정보를 직원에게 최우선으로 알려야 한다. 직원들이 신문 등 외부로부터 회사의 위기상황을 알게 되면 자신들이 방치됐다고 느껴 실망할 뿐 아니라 애사심이 떨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위기상황이 발생하자마자 사내 메일이나 방송을 통해 직원들에게 사건의 정황을 알려야 한다.
둘째, 모든 직원의 목소리를 통일시켜야 한다. 무심코 내뱉은 발언이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킨 뒤,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내용 외에는 어떠한 발언도 함부로 하지 말라고 당부해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직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9·11테러 당시 모건스탠리 본사는 뉴욕 무역센터 안에 있었다. 테러가 발생하자 모건스탠리는 곧바로 직원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회사 상황을 발설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실종된 직원들을 찾기 위해 연방정부보다 먼저 무료 콜센터를 설치하고 자체 활동을 전개해나갔다. 실종된 직원들이 쉽게 연락할 수 있도록 콜센터 전화번호를 TV 자막으로 내보냈고, 그 결과 두 시간 만에 2500통의 전화가 걸려와 직원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날 퍼셀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들 대다수가 건강하게 살아 있고, 모건스탠리는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그 결과 직원들은 회사가 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는 생각에 애사심이 크게 향상됐고, 이것이 회사의 빠른 정상화에 큰 도움을 주었다. 기업이 직원의 애사심을 높이기란 쉽지 않지만 위기 때는 몇 가지 대처와 내부관리만으로도 직원의 애사심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부관리는 단지 회사 직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납품업체, 대리점 등 관련된 협력업체 역시 그 대상이다. 이들에게도 위기를 제대로 설명하고 쓸데없는 정보나 루머가 퍼지지 않도록 당부해야 한다. 또 내부직원과 마찬가지로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당황하지 않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기상황일수록 내부관리에 더 힘써야 한다. 위기 시에 내부관리를 잘하면 모두가 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회사가 한층 더 발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위기 대응 매뉴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