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통신요금 산정 관련 원가 자료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앞으로 나올 대법원 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 영업비밀 공개 범위에 대한 최종 사사법적 판단이며 이로 인해 기업 활동에 상당한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법원이 공개하라고 한 것은 원가산정을 위한 사업비용 및 투자보수 산정 근거자료다.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영업통계, 영업외 손익 명세서, 영업통계 명세서뿐만 아니라 이용약관의 신고 및 인가 관련 심의·평가 자료, 요금산정 근거자료, 이동통신의 요금 인하 관련 규제기관 회의 보고자료도 공개해야 한다. 상장기업이라면 반드시 공개해야 할 기업 정보를 훨씬 넘어섰다. 통신사업자가 소비자단체를 비롯한 온갖 비판을 무릅쓰고 또다시 법적 조치를 밟은 이유다.
대법원이 만일 기존 판결을 이어가면 이동통신사는 물론이고 국내 모든 기업이 원가 공개 의무로부터 자유롭지 않게 된다.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공기업도 아닌 일반 사기업이 영업비밀 핵심인 원가 정보를 그대로 공개하는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정작 소송 피고인이었던 방송통신위원회(현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번에 상고를 포기했다. 미래부와 이동통신사가 그간 규제와 피규제 간 긴장 관계이면서도 통신강국을 목표로 협력해온 관계에도 균열이 불가피해졌다. 통신정책 당국은 그간 통신사업자에게 일정 사업 기회를 주는 반대급부로 통신사업자가 꺼리는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투자를 독려했다. 그 결과 아주 짧은 기간에 세계 최고의 통신 인프라를 갖췄다. 소비자도 저렴한 통신비로 언제, 어디에서나 세계 최고 품질의 통신 서비스를 누렸다. 어떻게 보면 반자본주의적인 정책이 정부-소비자-통신사업자 모두 이익이 된 셈이다. 다른 나라 정부도 부러워한 이 정책을 우리나라도 이제 포기하는 수순을 밟는다. 미래부 상고 포기가 전하는 메시지다.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려도 존중을 받아야 한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당연하다. 다만 이번 판결은 통신사업자 뿐만 아니라 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대법원은 정밀하고도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