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달의 민족’을 창업한 김봉진 대표는 “(회사를) 처음 만들 때 모든 전화번호를 알 수 있는 114를 만들려고 했는데 너무 방대했다. 그래서 분야를 줄여서 그 중 가장 많은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배달음식 관련 번호에 집중했다”고 한다.
하려는 것이 얼마나 방대한지 아직 모른다면 사업 준비가 덜 된 것이다. 사업의 전정기관인 현실감각이 없다. 내 사업의 시장과 고객을 분석해 쪼개고 쪼개서 하나의 점이 될 때까지 나누고, 그 하나의 점이 된 문제에 집중해 날카로운 솔루션을 만들라. 같은 극장에 같은 영화를 보러 온 고객들도 소비하는 가치가 다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경영학 용어로 ‘시장 세분화’라고 한다. 이들 가운데 미처 채워지지 않은 빈틈을 찾아라.
비즈니스모델을 설계할 때 내가 디딜 땅 한 뼘이 어디인지 확인하라. 만만한 것은 없다. 빈틈이 안 보인다. 자원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나의 역량도 대단하지 않다. 이런데도 트렌드를 따라 그 중심에 판을 벌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송장도 발 뻗을 자리를 살핀다. 목표 고객집단을 좁혀야 한다고 하면 시장이 작다고 볼멘소리다. 보잘것없고 초라하게 본다. “애걔! 겨우?” 하며 실망한다. 중심무대에서 놀고 싶은데, 변변찮은 뒷골목 자투리 시장은 싫다고 한다. 하수는 폼 나는 걸 쫓아다니고, 고수는 변두리 요지를 알아보고 길목을 선점한다.
트렌드에 소외된 채 불평하며 변두리에 모인 삼삼오오가 없는지 둘러보라. 뒷골목에서 딴짓하는 틈새그룹이 있는지 찾아라. 그 그룹에 딱 맞는 맞춤복 같은 제품으로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
작은 틈새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창이 깊게 파고들어 틈을 넓힌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작은 집단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면 얼리 어답터가 충성도가 높은 핵심고객이 된다. 그냥 좋은 수준으로는 안 된다. 까다로운 그들이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큼 좋아야 한다. 그들이 만족하지 않으면 그 다음은 없다.
스타트업은 어찌됐든 작게 유지하라. 날카로워라. 작으면 절대 망하지 않는다. 작을수록 날카롭다. 날카로우면 큰 놈을 이긴다. 하나에만 집중하라. 한 놈만 패라. 깐데 또 까라. 그러면 승리할 수 있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